최근 10년간 ‘스타트업 생태계’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체감되는 변화가 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스타트업의 유연한 업무 환경과 몇몇 ‘대박 신화’가 조명을 받으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진 바 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뛰어든 이직이 항상 성공적이지 않다. 명확한 이직의 목적 없이, 본인의 성향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막연한 환상으로 이직한 결과다. 새로운 조직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대기업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애매한 경력으로 잦은 이직을 하게 되는 지름길이다.
스타트업에서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기 위해 어떤 점을 검토해야 할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부터 확실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1. 일하는 방식과 속도가 다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대기업이라는 큰 조직에서는 체계와 시스템이 있고, 개인은 맡은 부분의 역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작은 스타트업 다수에서는 그 체계를 만드는 과정부터 기여하길 기대한다. 체계와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결과를 만들어야 하기에 더 높은 노동 강도로 일해야 하는 사례도 많다. 스타트업 용어로 ‘갈아 넣는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이런 예다.
대기업에서 개인은 큰 비행기의 바퀴 하나만 만드는 일을 한다면, 스타트업에서는 작은 비행기 전체를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작더라도 전체를 만들고 영향을 주는 일을 더 좋아하는 분에게는 스타트업에서 하는 일이 잘 맞을 수 있다. 그리고 대기업보다 훨씬 빠른 의사 소통·결정이 있기에 빠른 업무 실행과 그에 따른 변화, 성장을 즐길 수 있는 분이라면 스타트업의 업무방식에 적응이 빠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업무방식과 환경의 차이를 예상하지 못하고 스타트업에 이직했다 적응을 못하고 다시 대기업과 유사한 기업, 또는 스타트업 중에서도 규모와 체계가 있는 곳으로 이직을 희망하는 후보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기업에 다니며 신생 사업 조직에서 유사 경험을 해본 분이라면 예외다. 그러나 기존에 잘 돌아가던 부서에서 전임자가 하던 대로 일을 하거나 대기업의 자회사나 계열사 상대로 편하게 업무를 하던 분들은 ‘0’에서 ‘1’을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2. 보상 체계가 다르다
기본급만 비교했을 때는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전체적인 보상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기본급에 각종 수당, 보너스 그리고 복리후생 등 다양한 항목으로 총보상이 구성되어 있다. 반면 스타트업 총보상의 대부분이 기본급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단순히 연봉으로만 보면 스타트업이 높아 보인다.
대기업에서는 정기적으로 나오는 조직의 성과 보너스를 개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본급처럼 때가 되면 나오는 보상이라 여기겠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때에 따라 당연히 지급되는 보너스가 없다. 회사가 수익이 나야 지급되고 개인별 성과에 따라 그 차등이 크다. 소위 ‘묻어간다’는 게 스타트업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대신 재택·유연 근무제 등이 복리후생이 잘 되어 있는 스타트업이 많다. 특히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직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직도 계속 시행하는 곳이 많다. 재택근무로 통근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경험한 직장인들은 재택이 없는 조직으로 이직하기 앞서 망설인다.
최근 재택이 없는 기업으로 이직을 고민하다 이를 포기하는 기회비용으로 1000만원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보았다. 재택을 할 수 있다면 1000만원의 연봉을 희생하겠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본인이 어떤 보상 조건을 우선시하는지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3. 하이 리스크(High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순간 ‘야생에서 프로로 살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몇차례 옮겨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한다. 성장은 빠르겠지만, 자신만의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그리고 대기업으로 이직 기회도 많지 않다.
물론 요즘 대기업도 대형 스타트업이나 테크 기업 출신의 경력직을 채용한다. 하지만 전문성이 확실하고 스타트업에서의 업적이 확실한 인재에 한해서다.
보통 대기업에서의 직장생활을 ‘가늘고 길게 산다’고 표현하면서 스타트업에선 ‘짧고 굵은 대박’을 기대하는 이들을 많이 본다. 스타트업 성공 신화도 많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실패 사례도 많다. 단편적인 환상을 가지거나 단기간의 호재를 보고 이직을 하기보다 새 게임판에서 본인이 더 즐겁게 일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야 성공적인 이직을 할 수 있다.

최소연 리멤버 헤드헌팅 서비스 총괄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