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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되는 것 막으려 범행”

입력 : 2024-01-10 18:39:59 수정 : 2024-01-10 22: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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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피습사건 수사 결과 발표

습격범, 李 재판 지연 등에 불만
“제대로 처벌 안 받아 살해 결심”
5차례 따라다니며 기회 엿봐

변명문엔 “총선서 국회 장악돼
나라전체 좌파에 넘어갈 것 우려”

野 “사건 본질 왜곡한 수사” 규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67)씨는 평소 자신의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 대표가 4월 총선에서 특정 세력을 공천해 다수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은 10일 오후 부산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씨는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지연 또는 연기되면서 사법부가 제대로 이 대표를 처벌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불만을 품고 살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67)씨가 10일 오전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경찰은 김씨가 남긴 A4용지 8쪽 분량의 ‘남기는 말’(변명문)에 “사법부 내 종북 세력으로 인해 이 대표 재판이 지연되면서 단죄를 못 하고, 이 대표가 4월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해 국회가 좌파 세력에 장악되고 나아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 전체가 좌파 세력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이를 막기 위해 범행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를 공격해 자신의 의지를 알려 자유인들의 구국 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고 했다.

 

김씨는 범행에 앞서 가족과 지인, 언론 등에 발송할 ‘남기는 말’ 7통을 작성해 주소를 써 놓은 봉투에 넣고 밀봉한 다음 70대 조력자 A씨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자신의 범행이 성공하면 7통 모두 우편 발송하고, 실패할 경우 가족에게 2통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김씨의 범행이 실패하자 2통만 김씨 가족에게 보내고, 나머지 5통은 찢어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지인인 A씨는 김씨의 범행을 사전에 알고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4월 인터넷으로 구입한 등산용 칼의 칼날과 칼등을 예리하게 갈았다. 또 손잡이 부분을 빼내 투명 테이프로 감은 뒤 4등분으로 접은 A4용지로 감아 가방에 보관하고, 이 대표를 5차례에 걸쳐 따라다니며 범행 기회를 엿봤다. 범행 하루 전 충남 아산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천안아산역까지 이동한 뒤, KTX를 타고 부산역으로 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에서 범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이 대표 지지자의 차량을 얻어 타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는 양산 평산마을로 이동한 다음, 귀가하기 위해 울산역으로 갔다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다시 부산역으로 되돌아와 가덕도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이 10일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김씨의 흉기가 빗나가지 않았다면 이 대표가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대표는 목에 1.4㎝ 자상, 깊이 2㎝ 상처를 입었으며, 귀밑에서 쇄골까지 이어지는 목빗근 뒤 내경정맥이 9㎜ 손상됐다.

 

체포된 이후에도 줄곧 범행의 정당성을 주장하던 김씨는 이날 오전 검찰에 송치될 때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로 이동하는 호송차에 오르기 직전 ‘이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고 대답했으나, 취재진과 방송 카메라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사건 의미를 축소, 왜곡하는 실패한 수사”라고 규탄했다. 민주당 ‘당대표 정치테러 대책위원회’ 전현희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테러 동기나 공범 존재 여부 등 사건 본질이 모두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상혁 의원은 경찰이 김씨 당적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해서도 “결국 국민의힘 출신 태극기부대원의 범행이란 말을 하지 않으려 오늘 결과를 발표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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