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금융업 ‘도미노 위기’는 넘겨
채권단, 4월 경영 정상화안 확정
향후 3개월간의 실사과정 ‘중요’
우발채무 크면 법정관리 우려도
태영 자구안 미이행 여부도 변수
2024년도 분양시장 침체 지속 전망
PF사업장 많은 건설사 위험 여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개시가 11일 결정되면서 태영발(發) 건설·금융업권 ‘도미노 위기’ 우려도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향후 실사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드러나거나 태영 측의 자구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이 중단될 수 있는 만큼, 경영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당국은 이번 사태가 건설·금융업권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이날 채권단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한때 태영그룹의 자구안 이행 여부와 대주주 사재출연 규모 등을 놓고 태영그룹과 채권단 간 공방이 벌어지면서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지난 9일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계획을 내놓으면서 주요 채권단 분위기는 호전됐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태영그룹과 사주일가를 향해 진정성 있는 자구안을 압박하는 등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일 산업은행이 개최한 주요 채권자 회의에선 태영그룹 및 사주일가의 자구안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개시 및 이후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관건은 태영건설 자산부채 실사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될 수 있는 우발채무 규모다.
채권단은 회계법인 등을 통해 태영건설의 자산부채 실사 및 존속능력평가 등을 진행하게 되는데,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만약 3개월간의 실사 과정에서 나타난 우발채무 규모가 크고,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보다 높다는 판단이 이뤄지면 채권단은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워크아웃과 달리 금융채권뿐 아니라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권 행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협력사, 수분양자 등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태영건설은 총 9조5044억원의 보증채무 중 2조5259억원만 우발채무라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안을 하나라도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워크아웃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라는 첫 관문을 넘어서면서 앞으로 부동산 PF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국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태영건설 특유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과도한 불안 심리만 없을 경우 건설 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작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은 부채비율이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에 보증한 액수가 다른 건설회사보다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위험 관리가 잘못된 대표적인 케이스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중견 건설사이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시장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양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PF 사업장이 많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건설사들의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PF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이 때문에 2020년 말 92조5000억원이었던 부동산 PF 대출잔액이 지난해 9월 기준 134조3000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한국기업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집계한 건설업체의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 규모다.
한편 정부는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모든 건설업장에서 임금체불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5일부터 4주간 ‘체불 예방·청산 집중 지도 기간’을 운영해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전국 105개 건설현장을 전수조사하는 등 건설업을 중심으로 현장 예방활동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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