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대중 수교, 대만과의 단교 과정에서 합의된) 양해 사항이 있다.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실행하면 된다.”

1992년 한·대만 단교 당시 주중화민국(대만) 한국대사관 1등서기관으로 근무하다 대사관 문을 닫고 나왔던 조희용(사진) 전 주캐나다 대사는 28일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향후 대만과의 협력 증가로 생길 수 있는 한·중 갈등 조율과 관련해 이같이 강조했다. 조 전 대사는 앞으로 대만이 할 수 있는 국가 대 국가 관계 증가 요구도 이 원칙하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전략경쟁 등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도 원칙을 기본으로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우리 나름의 균형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조 전 대사는 “대만과의 단교 1년여 후 맺은 비공식 관계 수립 당시 우리가 공식 외교관계를 제외하고는 대만과 모든 관계를 갖게 돼 있었다”며 “이러한 사실을 우리가 베이징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소홀히 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한·중 관계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우리의 원칙과 입장을 수시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교 과정에서 대만과 비공식 관계를 맺고 이 점을 중국이 양해하는 과정은 조 전 대사가 2년 전 출간한 회고록 ‘대만 단교 회고: 중화민국 리포트 1990∼1993’에 상술돼 있다.
조 전 대사는 대만과 학술·문화·언론 등 비공식 관계를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교 이후 줄어든 서로 간 이해의 폭을 확대하는 과정이다. 늘어나는 대만의 안보 분야 등 국가적 요소가 개입된 협력 요구에 대해선 “(원칙하에서) 사안별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대사는 대만과의 단교 당시 단교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존중과 배려가 결여됐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옛 친구를 버리지 않겠다”고 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단교에 한때 대만 내에서 반한 감정이 거세게 일었다. 조 전 대사는 그럼에도 이 점이 향후 대만과의 협력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관측했다. 대만 사람들은 원래 실용적 성향을 갖고 있으며 냉전 후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변화한 지난 30여년간 이 같은 성향이 더욱 심화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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