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뜨겁다. A매치 축구를 보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응원도 뜨겁고, 공연장에서 노래를 떼창하는 공연 매너도 열광적이다. 한국인들은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한다. 한국살이를 15년이나 한 나는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놀란다.
그중 가장 뜨거운 것은 한국의 교육열이다. 한국의 교육열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에 온 지 2년쯤 되었을 때, 지하철 안에서도 뜨거운 교육열을 확인한 적이 있다. 모녀가 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어머니는 6살 정도 되는 딸이 제대로 공부하는지를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확인했다. “학원 숙제 다 했어? 영어 단어는 다 외웠고? 얼만큼 봤는데?” 하면서 말이다. 아이는 태블릿 PC를 보며 엄마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였다. 무얼 보고 있는지 슬쩍 보니 영어 단어를 게임을 통해 외우는 앱이었다. 그런 게임이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더 신기했던 것은 초등학교도 안 간 아이가 게임을 통해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대학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 학생 중 한 학생은 팔에 깁스를 하고 강의실에 나타난 적도 있다. 한 손으로 키보드를 치면서 필기를 했고 그 손으로 시험도 봤다. 나도 어디 가서 ‘공부벌레’라는 소리를 듣는 편이지만 몸이 아프면 학교는 가지 않았다. 감기에 걸리면 일주일 정도 결석을 했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부모가 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낯설어 한국인 친구에게 물으니 질문하는 나를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봤다. “루이자, 아프지 않은 것도 자기관리야.”
공부는 가정 내에서도 최우선시되는 영역이다. 수험생이 있는 집에서는 손님을 잘 초대하지 않고 발걸음마저도 조심스러워한다. 수능날에는 어떤가.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가는 길에 교통체증을 겪지 않도록 정부는 기업체나 기관들에 한 시간 늦게 출근할 것을 권고한다. 국방부는 시험 기간 중 공군의 비행이나 육군 포병훈련을 자제시키고, 국토부는 영어 듣기 시험을 치르는 40분간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한다. 수능 감독관들은 입시생의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진한 향수나 하이힐, 노출이 심한 옷을 삼간다. 후배들은 수능을 보는 선배들을 위해 뜨거운 커피와 과자를 준비하고 행운을 빈다. 교회와 절에는 자녀가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기도하는 부모들로 가득하다.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은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끔 외신에서 한국의 교육열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나서서 조성해 주는 것은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의 고민은 내가 가르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학업 성취동기를 고취할 것인가’이다. 나는 15년간 한국에서 보아온 한국인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을 힌트 삼아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작은 실험이 나의 고국과 한국 교육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길 꿈꾸며 오늘도 학교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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