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리며 1960∼1970년대를 풍미한 배우 고(故) 남궁원(본명 홍경일)이 8일 영면에 들었다.
그의 아들 홍정욱 올가니카 대표를 비롯한 유족은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을 엄수하고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 대표는 추모사에서 “부모는 자식을 쏘아 올리는 활이라고 했다. 저희를 아주 높고 넓은 세상으로 힘껏 쏘아 올려 주신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온 평생이 자랑스럽고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께 ‘정권이 바뀌고 선거철이 올 때마다 이런저런 자리와 출마를 종용받았는데 왜 한 번도 안 하셨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며 “아버지께선 ‘내가 국회의원을 열 번을 해도 사람들은 나를 영원히 배우로 기억할 것이다. 한번 배우는 영원한 배우’라고 답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중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게 ‘나는 가족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로써 행복했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저희에게는 ‘세상을 위해 큰일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한 번도 국회의원이나 재력가, 건물주로 기억되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다”며 “오로지 동료들로부터 존경받는 영화배우, 자식과 아내에게서 사랑받는 가장으로서의 기억만 남기고 가고 싶으셨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영결식에선 영화 스틸컷, 시상식 현장 등 생전 고인의 모습을 담은 추모 영상도 스크린에 띄워졌다.
고인은 몇 년 전부터 폐암 투병을 해오다 지난 5일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영화인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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