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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케냐 고아 돌본 임연심 선교사
남수단에서 의료·교육 봉사 한 이태석 신부
그들이 뿌린 사랑의 씨앗이 열매 맺고 있다

검은 피부의 청년이 평생 독신으로 산 한국 여성을 ‘맘’(mom·엄마)이라고 불렀다. 2012년 10월 당시 아프리카 케냐의 국영병원 의사로 일하던 존슨 에키로가 한국을 찾았을 때 일이다. 그의 ‘엄마’는 1984년부터 케냐 투르카나에서 약 30년간 고아들을 돌본 임연심 선교사다. 박테리아 감염과 고열, 호흡곤란 등으로 2012년 8월 투르카나 현지에서 6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심장만은 투르카나에 묻어 달라”는 생전 유언에 따라 심장만 그곳에 남고 국내로 운구된 유해는 경기 파주에 묻혔다.

고(故) 임연심 선교사가 생전에 케냐 투르카나에서 고아들을 돌보던 모습. 1984년부터 30년 가까이 투르카나에 머물며 고아들을 먹이고 치료하고 가르친 고인은 2012년 8월 6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때 한국에 온 에키로가 ‘임연심 선교사 추모사업 설명회’에 참석해 주최 측이 마련한 추모 동영상을 보며 연신 눈물을 훔치던 기억이 생생하다. “피부 빛깔이 다른 사람이 우릴 품어주는 게 의아했어요.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죠. 동영상을 보면 어머니가 아이 다리에 난 상처에 고름이 흐르고 벌레가 기어다녀도 개의치 않고 치료하시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당시 고아원에 있던 애들 모두에게 그렇게 하셨습니다.” 에키로는 임 선교사의 선행을 한국 기자들에게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에키로에 따르면 임 선교사는 고아원 아이들에게 늘 ‘꿈’을 얘기했다. 문맹률이 95%에 이르는 투르카나에서 아이들이 까막눈을 면할 수 있게 글을 가르치고 책도 사줬다. 에키로가 케냐 최고의 나이로비 의대를 졸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케냐는 의료 사정이 나쁘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환자를 돌본다”고 밝혔다. 2013년 고인이 못 다 이룬 꿈을 실현하고자 투르카나에 ‘임연심 굿피플 미션스쿨’이 세워졌다. 2016년에는 고인의 생을 기록한 책 ‘삶이 말하게 하라’가 출간됐다.

 

임 선교사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2010년 이태석 신부가 48세로 선종(善終)했다. 이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됐다. 이후 가톨릭 사제의 길을 택한 그는 2001년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 톤즈로 떠났다.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8년간 선교와 의료 봉사를 했다. 2008년 건강검진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대장암 판정을 받은 이 신부는 끝내 톤즈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의 일대기를 담은 기록영화 ‘울지마 톤즈’는 제목과 달리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남수단 출신 유학생 토마스 타반 아콧이 인제대 의대 내 ‘이태석 신부 기념실’을 찾아 고인의 흉상 위에 자신의 학사모를 씌우고 있다. 인제대는 24일 아콧을 비롯해 고인의 톤즈 시절 제자 2명이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 이 신부의 가르침을 받은 톤즈의 아이들이 어엿한 의사가 됐다. 인제대는 24일 올해 자격시험 결과 배출된 신규 전문의들 가운데 토마스 타반 아콧과 존 마옌 루벤 두 명이 고인의 제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 신부가 아직 살아 있던 2009년 수단어린이장학회 도움으로 한국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고인은 이들에게 의사가 될 것을 권했다고 한다. 둘 다 ‘하루빨리 남수단으로 가서 인술을 펼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인이 아프리카에 뿌린 사랑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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