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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30세대 57.3%가 ‘모솔’이라고? 이상한 통계 분석

입력 : 2024-03-01 21:28:19 수정 : 2024-03-02 07: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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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남녀 1174명 설문 결과, 줄줄이 보도
단순 합계로 “미혼 2030 절반 이상 모솔” 결론
업체 “실수 있었다” 인정…실제론 30%가량
경제난·사회불안에 ‘無연애’ 비율 높아질 수도

너도 솔로? 20·30세대 57.3%는 ‘모태솔로’

나만 ‘모솔’ 아니었네…MZ세대 57.3% “연애 못 해봤다”

“연애도 못 하는데 어떻게 결혼을…” 2030 절반 이상이 ‘모솔’

 

게티이미지뱅크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지난 13일 이런 제목의 보도가 쏟아졌다. 20∼30대의 57.3%가 ‘모태솔로’, 즉, 태어나서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미혼남녀 11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였는데, 20∼30대 미혼남녀 중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이 10명 중 6명에 달한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모솔 비율이 이렇게까지 높은 줄은 몰랐다. 위안이 된다’, ‘신뢰성에 의문이 가지만 요즘 연애를 안 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다’ 등 대체로 놀랍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미혼남녀 대상 설문이라도 20, 30대 ‘모솔’이 60%에 가깝다는 것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젊은층에 물어보면 10명 중 2∼3명 정도로 체감한다고 말한다.

 

대체 어떻게 이런 설문 결과가 나왔을까. 따져본 결과 데이터 해석에 몇 가지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첫째, 앞뒤 바뀐 말의 혼용

 

조사기관이 발송한 보도자료에는 ‘20~30대 미혼남녀 57.3%는 ‘모태솔로’’라는 소제목이 달렸다. 본문 내용을 대충만 살펴봐도 이는 잘못된 결론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본문 내용은 “미혼남녀 1174명 중 25.5%가 ‘연애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는데, 이 중 57.3%가 2030세대“라는 것이다.

 

‘미혼의 모솔 중 2030세대가 57.3%’라는 것과 ‘미혼의 2030세대 중 57.3%가 모솔’인 것은 엄연히 다른 말이다. 보도자료에서는 이 둘이 혼용됐고 이것이 그대로 기사에 인용되면서 혼란이 초래됐다.

 

 

 

◆둘째, 엉뚱한 계산법…실제론 전혀 다른 결과

 

그렇다면 57.3%라는 숫자는 맞는 것일까.

 

조사기관이 제공한 표를 보면 20대 응답자의 35.4%, 30대 응답자의 21.9%가 ‘연애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두 숫자를 더하면 정확히 57.3이 나온다. 이를 두고 ‘미혼의 모솔 중 2030세대가 57.3%’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는 잘못된 계산법이다. 둘은 애초에 같은 기준으로 더할 수 없는 숫자들이다. 20대와 30대를 묶어 말하려면 전체 2030세대 응답자 수와 그중 ‘모솔’ 응답자 수를 따로 구해 계산해야 한다.

 

세계일보가 피앰아이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보면 전체 응답자 1174명 중 2030세대가 806명(68.7%)이고, 그중 ‘모솔‘이라고 답한 인원은 241명이다. 전체 응답자 중 ‘모솔’이라고 응답한 인원은 300명(25.5%)이다.

 

따라서 이 설문 데이터에서 ‘미혼의 모솔 중 2030세대’는 80.3%, ‘미혼의 2030세대 중 모솔’은 29.9%로 완전히 다르다.

 

 

 

◆‘오류’ 인정…“부정확한 정보 사과”

 

이번 설문을 진행하고 분석한 피앰아이는 지난달 29일 세계일보의 질의에 내부 논의를 거쳐 오류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했다. 

 

피앰아이 관계자는 “본사는 사회를 이해하고 통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투표 형식의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알려왔다”며 “최근에 배포한 연애 경험과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일부 오류를 발견하게 됐으며, 데이터 해석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인해 부정확한 정보가 전달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보도자료 작성 및 전달 과정을 꼼꼼히 점검하고 신중하게 수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30대 100명 중 9명 ‘모솔’ 추정

 

‘연애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가 20대에서 35.4%, 30대에서 21.9%를 차지한다는 것도 적지는 않게 보인다. 20대 3명 중 1명, 30대 5명 중 1명이 ‘모솔’이라는 말 아닌가.

 

하지만 이는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통계청(2020년 기준) 혼인율 자료를 이 설문조사에 대입해 보면 2030세대 전체(미혼+기혼) 인구 중 ‘모솔’ 비율은 21%가량이다. 연령을 나눠 보면 20대 33%에서 30대 9% 정도로 모솔 비율이 크게 낮아진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연애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해석에 일부 문제가 있었으나, 초저출산 시대 국내 미혼남녀의 연애 실태를 분석한 것으로 나름의 시사점을 줬다. 2030세대 절반 이상이 ‘모솔’인 비관적인 상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잘못된 통계에도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던 것을 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하기 어려워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물가는 치솟고, 양극화는 심화하고, 사회불안이 갈수록 커진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연애하지 않겠다’ 마음먹는 ‘모솔’ 비율이 정말로 절반에 이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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