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국가 자동차 소비자 2만7000명 대상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흐름과 달리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높은 미국에서 내연기관차를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전체의 3분의 2 수준으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선호도는 글로벌 최저 수준인 6%로 떨어졌다.

◆전기차 구매 의향 전반적으로 하락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현황과 미래 전망을 분석한 ‘2024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리포트를 4일 발표했다.
이번 리포트에 포함된 설문조사는 26개 국가 자동차 소비자 약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각 국 소비자의 차량 구매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미국에서는 올해 67%의 소비자가 내연기관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8%에서 9%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미국 다음으로 내연기관차 선호 소비자가 많은 국가는 동남아시아(52%)와 인도·독일(49%)이다. 지난해 선호도는 동남아시아 50%, 인도 53%, 독일 45%였다.
한국은 지난해 34%에서 올해 38%, 일본은 30%에서 34%로 늘었다.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으로 올라선 중국은 내연기관차 선호도가 45%에서 33%로 줄었다.
반면 BEV 선호도는 저조했다. 중국은 33%로 다소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미국은 6%(2023년 8%), 독일 13%(2023년 16%), 한국 15%(2023년 17%)에 그쳤다.
BEV의 선호도가 저조한 이유로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고가의 가격, 긴 충전 절차, 짧은 주행거리로 인한 불편함 등이 꼽힌다. BEV에 대한 우려사항을 묻는 질문에 미국 소비자는 충전 소요 시간(50%·복수응답), 주행거리(49%), 비용(48%) 등을 꼽았다. 한국 소비자는 충전 소요 시간(48%), 전기배터리 안전·기술 문제(45%), 주행거리(36%), 공공 전기충전 인프라 부족(36%)을 선택했다.

◆한국 소비자 전기차 선택 이유는 ‘환경’보다 ‘비용’
다음 차량으로 전기차를 선택하겠다는 소비자들은 공통적으로 낮은 비용과 환경에 대한 우려, 더 나은 주행 경험 등을 골고루 들었다.
국가별로 한국 소비자들은 낮은 연료 비용(64%·복수응답), 정부 인센티브와 보조금 구매촉진 프로그램(51%), 낮은 유지·관리 비용(48%) 등 비용과 관련된 항목을 주로 선택했다.
환경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나타낸 인도(68%), 동남아시아(61%), 미국(53%) 등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중국은 더 나은 주행경험(60%)과 낮은 연료 비용(50%), 정부 인센티브(47%)를 전기차 선택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1회 충전 시 BEV 주행거리에 대한 기대치도 한국이 높은 편이었다.
600㎞ 이상을 기대한 소비자는 한국이 23%로 독일(27%)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중국(19%), 동남아시아(15%), 일본(12%) 등은 이보다 훨씬 낮다.
◆차량 구매 대신 구독 의향도 늘어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젊은층(18~34세)은 차량 소유를 포기하고 차량 구독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구독 서비스에 관심이 있는 18∼34세 소비자의 비율은 인도 67%, 중국 48%, 동남아시아 46%, 일본 34%, 독일 29%, 미국 2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이 비율이 26%로 가장 낮아 아직 구독보다는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차량 구독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편의성이 꼽힌다. 중국 39%, 독일 38%, 인도 44%, 일본 49%, 한국 41%, 동남아시아 49%, 미국 38%의 응답률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이어 ‘고정된 월비용으로 예측 가능한 비용 통제 가능’이라 답한 비율은 중국 35%, 독일 42%, 인도 47%, 한국 38%, 동남아시아 45%, 미국 30% 등이었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자동차산업 리더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편의성 측면의 이유로 미국 등 주요국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선호도가 높아지고 BEV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가속 엔진이 꺼지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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