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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4말5초라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내놔야”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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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05 19:36:08 수정 : 2024-03-05 19: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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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발표까지 시장 입장에선 긴 시간
그만큼 불확실성 커질 수 밖에 없어

밸류업 주체 이사회 강조한 게 핵심
日 자본시장도 그렇게 성장 이뤄내

2023년 공매도 금지 전격 발표는 실수
해외서 韓 금융정책 못 믿겠다고 해

주주 환원 강화·기업 지배구조 개선
국민연금이 ‘총대’ 매고 역할 나서야

“4월 말이나 5월 초라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을 선보여야 한다. 오는 6월 발표한다는데, 금융시장으로 보면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만큼 시장이 기피하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지난 1일 세계일보 본사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 개선을 목적으로 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방안의 성공 요인과 관련, “기업이 자각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난 1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 현상) 해소를 목적으로 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방안에 “전반적인 컨센서스를 구했다고 본다”라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이어 “더군다나 금융당국이 작년 말 공매도를 갑작스레 전면 금지해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큰 실수를 했는데, 해외에선 이번에도 시간을 끈다면서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이 이끄는 기업거버넌스포럼은 2019년 12월에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자산운용사 창립자나 대표, 주주 행동주의 단체, 변호사, 교수 등 1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논평을 활발하게 내고 있다.

이 회장은 기업 밸류업에 성공한 일본을 예로 들어 “결국 기업이 자각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며 “그래서 (기업에) 강제화하는 방안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밸류업의 주체로 기업에서도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를 강조한 게 핵심 사항”이라며 “일본 자본시장도 그렇게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에는 주식 보유 상위 기업을 상대로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고, 이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재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상속세·증여세 인하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도 중요한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낮추되 먼저 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정부가 화답하는 모양새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정부의 기업 밸류업 방안을 평가한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당히 연구를 해왔고 일본과 커뮤니케이션도 한 것 같다. 지난달 26일 정부 발표를 놓고 일부선 ‘별거 없다’ 하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저희 포럼에서 ‘B-’를 줬다. 잘하면 A로 갈 수 있고, 잘못하면 C로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밸류업 방안에 맞춰) 기업 이사회들이 독립성을 갖추고 자본시장이 어떻게 회사를 평가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그렇게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본 비율이 낮으면 그 이유를 진단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게 정부의 핵심 주문이고, 그걸 앞으로 실천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주주환원을 촉진할 제도적 방안을 제안한다면.

“저희 포럼은 증여세나 상속세 인하에 반대를 안 하지만 정부가 선제로 낮춰준다면 반대한다. 그렇다고 증시가 부양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금융당국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워 꼬인 면이 있다. 무엇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을 안 하는 나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배당처럼 돈을 써서 매입해놓고 소각을 안 하면 아무런 목적도 달성할 수 없다. 조사해보니까 한국을 많이 아는 외국 투자자일수록 대부분 국내 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 노력으로) 인정 안 한다. 나중에 자사주가 시장에 나오는 사례가 많은 탓이다. 한국거래소도 인정을 안 해준다. 자발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하면 정부가 조금이라도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지배주주가 없어 자사주 소각에 상대적으로 저항감이 적은 금융지주의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의미가 있다. 또 금융소득이 2000만원 넘으면 근로소득과 합쳐져서 중과세되는데, 장기 투자자들은 배당에 분리과세를 해준다면 세수가 주는 문제는 있겠지만 일반 투자자에게도 좋다.”
 

―K디스카운트 원인과 타개책은.

“한국 주가의 성과가 워낙 낮은 데 원인이 있다. 예를 들어 총주주수익률을 보면 미국은 지난 100년 동안 연 10~11%로 거의 비슷하다. 대한민국은 5%로 세계 꼴찌다. 2% 정도 배당을 주니까 주가는 3%밖에 안 올랐다는 얘기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 소각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 타개하려고 법을 바꾼다면 상법 내 ‘이사회 충실 의무’에 주주에 대한 의무도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주요국 회사 정강이 그렇게 돼 있다. 상식적인데 우리는 안 그렇다. 기업은 소송이 남발한다고 반발하는데 타당성 없는 주장이다. 이사회는 ‘주의 의무’도 기울여야 하는데, 투자를 결정할 때 이사회에서 제대로 심사를 했다는 기록을 남기면 그 결과가 잘못 나왔어도 책임을 절대 물을 수 없게 하는 제도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접는다고 발표했는데, 100억달러 이상 투자했다고 하지만 주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기 때문에 주주들이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치다. 최근 오리온 그룹이 5000억원 넘게 바이오 투자한다고 했는데, 다른 사업 분야에 들어가면 지주사나 사주 개인 돈으로 하는 게 맞다. 이사회 결정을 피하려고 오리온 홍콩 법인이 투자하기로 결정했는데, 국내 주주들은 앉아서 돈을 날렸다.”

―행동주의 펀드에 공격받는 기업 이사회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나.

“행동주의 펀드는 일종의 메기 같은 역할을 한다. 펀더멘털이 안 좋은 기업은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이에 대비해 저평가되어 있으니 공격을 하는 거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장하는 모든 안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 삼성물산이나 고려아연, 금호석화 등이 워낙 저평가돼 있지 않나. 시장 전체로도 좋은 게 (기업들이) ‘주가가 너무 저평가돼 있으면 공격을 당할 수 있겠구나’라고 자각할 수 있는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구글, 메타 등은 경영권에 대한 공격이 일어나지 않지 않나. 높은 주가와 시가총액을 유지하면 펀드들이 공격해도 먹을 게 없다. 시장은 긴장감 있어야 하고, 경영진도 그렇다. 그런 면에선 행동주의 펀드의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연기금 국내 투자 확대 방안은.

“세계적인 주요 연기금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주식 보유 기업의 지배구조를 중요시한다. 20여년 전부터 주요 보유 종목의 기업을 상대로 주주총회 안건 중 예민한 것까지 찬성 또는 반대할지 미리 밝히고 그 판단 근거를 공개해왔다. 한국 증시 밸류업에 국민연금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기금의 14%가량 국내 증시에 투자해온 국민연금이 애국심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국내 주가가 낮으니까 이렇게 배분하는 게 맞다. 국민연금이 주식 보유 기업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외국 투자가들이 국민연금같이 초대형 펀드가 있는데 왜 역할을 안 하느냐고 이야기한다. 국민연금이 총대를 메줘야 한다고 본다.”

―공매도 재개 보완·개선할 부분은.

“지난해 11월에 공매도 금지를 예고도 안 하고 갑자기 한 건 너무나 큰 실수였다. 외국에서 한국 금융정책을 못 믿겠다고 하더라. 금융시장은 물 흐르듯 흘러야 하는데 한국은 딱 끊겨 갈라파고스 신세다. 더구나 공매도 금지 발표 전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전 세계를 돌면서 우리 열심히 잘하겠다고 했었다. 신뢰가 완전히 깨졌다. 공매도를 그때 금지 안 했으면 지금 코스피가 2800에 가 있었을 것이다. 외국인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샀을 것이다. 그만큼 신뢰가 중요하다. 당분간 MSCI 선진국 지수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공매도 금지를 해제하려면 예고부터 하고 이후 절차를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서 하면 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1964년 서울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미국 시카고대 MBA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삼성증권 상무 겸 초대 리서치센터장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메릴린치(Merrill Lynch) 한국 공동 대표 ●노무라 홍콩 아시아 고객관리 총괄대표

대담=황계식 경제부장, 정리=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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