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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고립 노인에 길 건너도록 배려한 운전자들…다 건넌 노인도 ‘감사 인사’

입력 : 2024-03-15 08:13:03 수정 : 2024-03-15 08: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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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신호등 빨간불로 바뀌면서 고립…달리던 차들 멈추고 노인 건너게 기다려
지난 주말 경남 진주시 진주대로의 한 사거리에서 보행자 신호등 파란불에 맞춰 길 건너던 노인이 빨간불로 보행 신호가 바뀌면서 미처 길을 다 건너지 못한 가운데, 이 노인이 다시 끝까지 길을 건널 수 있게 달리던 차량을 멈추고 기다린 운전자들이 포착됐다. 차량 신호등의 파란불(노란 네모)이 보인다. 인스타그램(kera_sys._)계정 제공

 

횡단보도 건너던 중 보행자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면서 도로 한가운데 고립된 노인이 다시 끝까지 길을 건널 수 있게 달리던 차량을 멈추고 기다린 운전자들이 포착됐다.

 

경남 진주에 사는 A씨에 따르면 지난 주말 진주대로의 한 사거리에서 보행자 신호등 파란불에 맞춰 길 건너던 노인이 빨간불로 보행 신호가 바뀌면서 미처 길을 다 건너지 못했다.

 

횡단보도 가운데 지점에 멈춘 노인 옆으로는 운전자 신호등의 파란불에 맞춰 차량 여러 대가 달려 나갔다.

 

다시 보행자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올 때까지 어쩔 수 없이 횡단보도 가운데서 기다리던 노인을 본 한 운전자가 서서히 감속하며 차를 멈췄다.

 

차량 신호등이 파란불이어서 운전자 입장에서는 지나가는 게 당연한 일인데, 이 운전자는 제동 후 비상 깜빡이를 켠 채 섰다.

 

차량 진행 방향 기준 우측 보행자 신호등에 들어온 파란불이 빨간불로 바뀌기까지는 7초가량 남아 있었다.

 

먼저 멈춘 차에 이어 옆 차로의 버스도 멈추자, 다시 발걸음을 뗀 노인이 횡단보도를 완전히 건너가기까지는 약 30초가 더 걸렸다.

 

이 도로의 1차로는 좌회전 전용 차로이며, 나머지 2·3차로는 직전 차로다. 횡단보도 길이는 25m가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을 다 건넌 노인은 지팡이로 몸을 지탱한 탓에 고개를 돌리기 어려웠는지 오른손만 들어 감사의 인사를 운전자들에게 보냈다.

 

노인이 길을 다 건넌 상황에서도 차량 신호등은 아직 파란불이 들어와 있었고, 끝까지 기다린 차들은 다시 갈 길을 갔다.

 

이 같은 상황은 평소 창밖 구경을 좋아하는 인근 직장인 A씨가 발견했다.

 

A씨는 14일 세계일보에 “차량 신호는 적색이고 횡단보도는 파란불인 상황에서 어르신이 건너던 중 신호가 바뀌었다”며 “달리던 차들이 어르신을 보고 속도를 줄이고는 있었지만 계속 걱정돼 상황을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2차로에 차가 한 대 멈췄고 뒤에서 따라오던 차들도 멈췄다”며 “영문을 모르는 뒤쪽 차량 사이에서 경적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노인이 무사히 길 건넌 것을 본 A씨는 업무로 자리를 비웠다가 5분여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와 창밖을 봤는데, 조금 전 길 건너느라 많은 에너지를 쓴 탓인지 노인은 여전히 근처 인도에 서서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어르신 다리의 힘이 풀리셨는지 조금 버거워 보이셨다”며 “잠시나마 어르신이 길을 다 건너실 수 있게 기다려준 차주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대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kera_sys._)에서도 해당 영상을 게재했다.

 

2020년에 개정된 경찰청의 교통신호기 설치관리 매뉴얼을 보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은 1초당 1m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교통약자를 고려해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보호구역 등은 1초당 0.7m로 보행속도를 조정해 산출한다. 과거 1초당 0.8m에서 시간이 늘어났지만 느린 걸음의 교통약자들은 여전히 교통사고에 취약한 실정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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