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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휴직 의무화… 태아검진 휴가 보장

입력 : 2024-03-19 06:00:00 수정 : 2024-03-18 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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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육아지원 우수기업 살펴보니

‘배우자 출산 최소 한달 육아휴직’
롯데이커머스, 전 직원 대상 실시
‘남초기업’ 모션도 자녀입학 휴가

2023년 남성 육아휴직자 전체 28%
“韓, 육아휴직 실이용기간 10.3주
OECD 수준 개선땐 출산율 증가”

정보통신기술 기업인 모션에 다니는 과장 A씨는 지난 11일 임신 6개월 차에 접어든 배우자 손을 잡고 태아 검진차 산부인과를 찾았다. 별도 연차나 반차를 쓰지 않고 회사에서 부여한 유급 휴가를 이용했다. 보고와 회의가 몰려 있는 월요일 오후지만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A씨는 배우자로부터 “배우자 태아 검진에 유급 휴가를 쓸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으며 애사심이 더 커졌다.

 

롯데이커머스 팀장 B씨는 지난해 6개월간 육아휴직을 내고, 온전히 아이 키우기에 전념했다. 퇴근하고 짬을 내 육아를 지원하는 것과 온종일 육아를 전담하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을 절감한 시간이었다. 육아휴직을 쓰는 데는 큰 고민이 없었다. 배우자 출산 시 최소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해야 하는 등 B씨의 회사는 남성 육아휴직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용노동부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일·생활 균형 정책 세미나’를 열고 모션, 롯데그룹을 포함해 일·육아지원 우수 기업을 공개했다.

 

사례로 소개된 기업 모션은 남성 직원 비중이 80% 이상인 남초(男超) 기업이다. 육아휴직을 터부시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할 법한데, 정작 사내 분위기는 반대다. 이 회사 직원의 42%는 ‘워킹대디’다. 배우자 태아 검진 때뿐 아니라 자녀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연차와 별개로 유급 휴가를 제공해 일·육아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은 3만5336명으로 28.0%를 차지했다. 저출생 영향으로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숫자가 줄었고,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도 2022년 28.9%에서 0.9%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2018년 17.8%였던 것을 고려하면 몇 년 사이 크게 올랐다. 5명 중 1명도 채 안 됐던 ‘아빠 육아휴직자’ 비중이 4명 중 1명 이상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기업 현장에서는 인사 고과나 승진 등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 육아휴직을 주저하는 남성이 여전히 많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한 적이 있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1.0%는 육아휴직 신청을 하는 데 눈치가 보이거나, 아예 신청이 어렵다고 답했다.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우선 과제로는 ‘남녀가 함께 육아를 분담하는 사업장 구성원의 인식 변화’(71.2%), ‘승진·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과 차별 금지’(70.5%), ‘임금 삭감 없는 육아휴직 급여 지급’(67.4%) 등이 꼽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면 출산율이 0.096명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황인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일자리 그리고 일·생활 균형’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OECD 35개국을 분석한 결과 2019년 기준 한국의 연간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은 10.3주로, 한국을 제외한 34개국 평균(61.4주)의 6분의 1 수준”이라며 “OECD 평균만큼 늘리면 출산율이 0.096명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6+6 부모육아휴직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자녀 출산 18개월 이내에 부모가 동시 또는 차례대로 육아휴직을 쓰면 첫 6개월간 각각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까지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존에 첫 3개월만 통상임금의 100%를 지원하는 3+3 부모 육아휴직제를 확대한 것이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배경은 장시간 근로와 경직적 근로 관행 때문”이라며 “근로 문화 개선과 유연 근무 활성화가 출산 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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