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 사회적 관심 높지만 근무시간 외 연락 여전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퇴근한 직원에게 연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하면 1회당 최소 100달러(13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추진된다. 국내서도 2022년 ‘근무시간 외 카톡 금지법’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 계류 중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맷 헤이니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퇴근하거나 휴일 등을 맞아 근무하지 않는 직원에게 연락한 고용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법’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캘리포니아의 모든 고용주가 근로자와 고용 계약을 체결할 때 근무 시간과 휴무 시간을 명확히 적시하도록 한다. 또 캘리포니아 모든 사업장은 직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을 위한 실행 계획을 작성해 공개해야한다.
법안은 퇴근한 직원에게 연락하는 등 위반 행위를 할 경우 캘리포니아 노동위원회가 이를 조사하고, 위반 1회당 최소 100달러(약 13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다만 단체 교섭이나 긴급한 상황과 관련한 사안이거나 일정 조정을 위해 연락한 경우는 법 적용의 예외로 뒀다.
헤이니 의원은 발의 보도자료에서 “스마트폰은 일과 가정생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며 “근로자들이 24시간 근무에 대한 급여를 지급받지 않는다면 연중무휴 근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은 저녁 식사나 자녀의 생일파티 중 업무 연락으로 인한 방해나 업무 관련 응답에 대한 걱정 없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캘리포니아의 모든 사업장과 고용 형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많은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기업인 단체인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는 이 법안이 사업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애슐리 호프만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 수석 정책 자문위원은 “이 법안은 사실상 모든 직원에게 엄격한 근무 일정을 적용하고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회사와 직원 간 의사소통을 금지할 것”이라며 “이러한 포괄적인 규정은 작업장의 유연성을 퇴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법안에 대한 심사는 캘리포니아주 하원 노동고용위원회에서 앞으로 몇 주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더힐은 보도했다.
한편, 국내서도 퇴근 후 카카오톡 등 휴대전화를 이용한 반복적인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근무시간 외 카톡 금지법’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된 적은 없다.
2016년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용자는 근로시간 외 전화, SNS 등 통신 수단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실적 집행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2022년에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근로시간 외에 전화, SNS 등을 이용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업무 지시를 하면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또한 현실성 논란으로 계류 중이다.
지난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직장인 1000명에게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0.5%가 ‘휴일을 포함해 퇴근 이후 직장에서 전화, SNS 등을 통해 업무 연락을 받는다’고 답했다.
특히 퇴근 후에도 업무 연락을 매우 자주 받는다는 응답이 14.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가끔 받는 경우는 46.0%, 업무시간 외 업무 연락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39.5%에 불과했다.
또 휴일을 포함해 퇴근 이후 집이나 카페 등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4.1%가 ‘그렇다’고 답해 직장인 4명 1명꼴이 퇴근 없는 삶을 산다는 분석이 나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