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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지는 세 가지 이유

입력 : 2024-04-06 06:00:00 수정 : 2024-04-05 19: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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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이란 무엇인가/마이클 셔머/이병철 번역/바다출판사/2만2000원

 

2016년 12월4일, 에드거 웰치는 소총을 들고 워싱턴 DC에 있는 작은 피자집 ‘코멧 핑퐁’에 쳐들어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구세주로 신봉하는 ‘큐어넌’ 음모론자였다. 큐어넌은 그 어떤 증거도 없이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비욘세, 레이디 가가, 톰 행크스 등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이 피자집 지하에서 악마를 숭배하는 의식을 펼치고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소아성애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믿었다.

웰치는 이 현장을 확인하고 극악무도한 성도착자를 처단하겠다는 정의로운 의식을 치르러 간 것이다. 그는 피자집에 총기를 난사했다.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지만 코멧 핑퐁에는 작은 식자재 창고만 있을 뿐 지하실이 없었다. 당연히 사탄숭배자와 소아성애자도 없었다.

 

마이클 셔머/이병철 번역/바다출판사/2만2000원

저자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음모론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음모론 용어의 기원과 역사를 추적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모론을 유형별로 분류했다. 그리고 도대체 멀쩡한 사람이 왜 음모론에 빠져드는지 세 가지 답을 제시한다. ‘대리 음모주의’, ‘부족 음모주의’, ‘건설적 음모주의’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거기 심은 컴퓨터칩으로 빌 게이츠가 우리를 조종할 것이라는 음모론의 심연에는 거대 제약 회사의 증거 조작, 이익 추구를 이유로 그런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제약 회사의 사기와 횡포는 과거에도 지금도 실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리 음모주의다. 또한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굳게 믿고 퍼뜨리는 사람들의 행위는 자신의 부족원들, 즉 같은 집단의 구성원에게 충성으로 작용한다. 음모론이 그토록 공고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족 음모주의다. 세 번째 이유는 음모론을 믿지 않는 것보다는 믿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는 진화에서 보았다. 나뭇가지가 뱀이라 착각하고 도망갔던 우리 조상은 그렇지 않은 조상보다 더 잘 생존하고 번식했다.

저자는 여기에 인지 부조화, 확증 편향, 우리편 편향, 패턴 만들기 등 다양한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음모론자를 바보가 아니라 복잡하고 위험한 세계를 자기 나름대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시민으로 간주한다. 음모론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쟁, 범죄, 빈곤 같은 큰 문제를 이해하며 해결하고 싶기에 음모론을 믿는다는 것이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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