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시설 위협하며 확전은 자제
“직접 교전으로 중동 위기는 여전”
美 ‘인권 유린’ 이軍 첫 제재 전망
이스라엘, 가자지구 최남단 폭격
하마스 “어린이 6명 등 37명 사망”
이스라엘과 이란이 한 차례씩 공격을 주고받으며 ‘맞불 보복’을 감행한 이후 상황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양측은 갈등을 추가로 고조시키기보다는 수위 조절을 하며 퇴로를 찾는 모습이지만 상대국 영토를 직접 타격해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은 곧바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공습해 어린이를 포함해 다수 민간인이 사망하는 등 폭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19일(현지시간) 오전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은 자국에 탄도 미사일 100여기를 쏜 지난 13일 이란의 공격과 비교해보면 다소 수위 조절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미국 ABC 방송은 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공격에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국경 바깥에서 이스파한주에 위치한 나탄즈 핵시설을 보호하는 방공 레이더 기지에 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나탄즈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핵연료 제조 공장이 있다. 이스라엘이 핵시설 자체를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이란 내 핵심자산을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 전달을 의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은 것은 미국을 포함해 서방 국가들이 중동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행위를 만류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 역시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우리의 이익에 맞서 새로운 모험주의를 하지 않는 한 우리는 새로운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다만 중동의 화약고로 꼽히는 양국이 그간 막후에서 대립하지만 직접 교전하지는 않은 전례를 깨고 상대국 영토에 한 차례씩 보복 공격을 주고받은 것은 중동에서 게임의 규칙이 바뀌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벼랑 끝에서 돌아섰지만 직접 공격을 주고받은 이상 그간의 그림자 전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메리사 쿠르마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중동 국장은 “두 적대국 사이의 교전수칙을 완전히 바꿨다는 점에서 획기적 사건”이라며 “지역 전체의 긴장을 고조시켰으며 역내 여러 국가에는 전면전의 망령이 현실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국은 신중하게 대응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며, 질문을 받고서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만 강조했다. 그는 “초기부터 우리는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조만간 이스라엘 군부대에 대한 제재를 처음으로 단행할 전망이다. 미국 악시오스는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며칠 내에 이스라엘군 네짜 예후다 대대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부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점령지에서 상습적으로 팔레스타인인 인권을 유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재가 단행되면 부대와 부대원들은 미군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스라엘은 지난 19일 밤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텔 술탄 지역의 주거용 건물들을 폭격했다. 19일 새벽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이 있은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이번 폭격으로 어린이 6명을 포함해 최소 1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보도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37명이 사망하고 6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AP는 사상자의 3분의 2는 어린이와 여성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 툴캄의 누르 샴스 난민촌에서도 대규모 지상 작전을 벌여 무장세력 1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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