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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이 노조 탈퇴현황 보고받고 대응책 지시…수사 1년반 만에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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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1 18:45:55 수정 : 2024-04-21 18: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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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74) SPC그룹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허 회장의 지시로 조직적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한 SPC 전·현직 임직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노조위원장 등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는 21일 허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 18명과 제빵기사 등을 관리하는 SPC 자회사 피비파트너즈 법인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허 회장 등은 피비파트너즈 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사측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거나 2018년 1월 이뤄진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사측에 비판적인 활동을 이어가자 2021년 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해당 지회 소속 조합원 570여명에게 노조를 탈퇴하라고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피비파트너즈 자체가 SPC그룹이 ‘친노동 행위’ 일종으로 만든 자회사로, 제빵기사 불법 파견 비판이 일자 양대 노조와 가맹점주, 국회, 시민단체와 합의해 이런 문제를 타개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설립 후 피비파트너즈는 노사 갈등 해결이 아닌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장으로 전락했다.

 

사측은 민주노총 지회 소속인 조합원은 승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줘 승진 인사에서 배제하거나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 노조 조합원 모집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노총 노조위원장에게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 인터뷰 등을 하도록 했다.

 

부당노동행위를 했을 뿐 아니라 피비파트너즈 측은 노조 탈퇴 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빵기사들의 근무지 등개인정보를 한국노총 소속 노조위원장에게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2021년 1월 730명이던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수는 사측의 공작 행위가 시작된 뒤 같은 해 6월 336명으로 줄었고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수는 같은 기간 3370명에서 3946명으로 늘었다.

 

검찰은 특히 허 회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며 노조에 대한 대응 방안을 최종 결정·지시하고 노조 탈퇴 현황과 국회·언론 대응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는 등 범행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허 회장은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근로자 대표로 선출되자 황재복 당시 SPC·피비파트너즈 대표이사를 질책하며 한국노총 노조를 과반노조로 만들어 민주노총 지회장의 근로자 대표 지위를 박탈하라고 지시해 결국 이를 실행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허 회장의 자택 인근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SPC 건물 ‘패션5’ 근처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자 브랜드가치 훼손 등이 우려된다며 황 대표이사에게 민주노총 조합원 탈퇴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황 대표이사를 통해 지시를 전달받은 피비파트너즈 임원들과 8개 사업부장, 제조장, 현장 관리자들은 조직적으로 탈퇴를 종용하며 노조를 와해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범행 당시 직책 기준으로 SPC 허 회장, 황 대표이사, 서병배 고문, 김모 커뮤니케이션본부장, 김모 대외협력실장, 백모 홍보실장(전무)과 피비파트너즈 정모 전무, 정모 상무보, 강모 제2사업본부장, 사업부장 8명, 전모 한국노총 소속 노조위원장까지 18명과 피비파트너즈 법인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황 대표이사는 지난달 4일 먼저 구속기소됐다. 피비파트너즈 소속 일부 사업부장과 제조장 등 24명은 지위와 역할,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기소 유예 등 불기소 처분했다.

 

이번 기소는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이 2022년 10월 말 황 대표이사 등 피비파트너즈 전·현직 임원과 중간관리자 등 28명을 부당노동행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지 약 1년 6개월 만에 이뤄졌다. 검찰은 SPC 본사 등을 수차례 압수수색하고 사측 관계자와 제빵기사 등 300여명을 소환조사해 차차 허 회장까지 의혹의 정점으로 수사를 좁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황 대표이사와 백 전무가 과거 허 회장의 배임 혐의 등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검찰수사관을 매수해 각종 수사정보를 입수한 사실을 확인해 지난 2∼3월 기소했다. 다만 허 회장이 수사관 매수에 가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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