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하며 가장 큰 수혜를 본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다. 검색시장에서 구글에 밀리며 오랫동안 고전해온 MS는 오픈AI와 함께 챗GPT를 소개해 이를 기반으로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AI 산업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그래픽처리용 반도체를 생산하던 엔비디아는 이런 AI의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AI 칩을 반독점하며 또 다른 수혜자가 됐다. 그래픽처리에 활용되는 칩이 AI 시스템 구축에 활용된 덕분이다.
AI시대의 쌍두마차로 올라선 두 기업이 서로 다른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MS는 엔비디아의 경쟁사 제품 활용을 늘리고 자체 칩까지 개발하며 엔비디아의 영향력 약화를 도모 중이다. AI 산업의 절대자를 꿈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며 MS 등 AI 개발 기업들에 대응 중이다.
MS의 새 AI 칩은 출시가 임박했다. 16일(현지시간) 정보통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코발트 100’이 내주 출시된다. 코발트 100은 MS가 자체 개발해 지난해 11월 공개한 고성능 컴퓨팅 작업용 중앙처리장치(CPU)로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더 높은 효율성과 성능을 내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MS는 다음 주 개최하는 자사의 연례 개발자 회의 ‘빌드’(Build)에서 코발트 100을 정식 공개하고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MS의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담당 부사장인 스콧 거스리는 “코발트 100은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암(ARM) 기반 칩보다 40%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 칩이 아마존의 ‘그래비톤’을 겨냥한 것이라 밝혔다. 그래비톤은 아마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AWS)가 개발한 고성능 컴퓨터 구동용 칩으로 MS의 새 칩이 엔비디아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MS가 엔비디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칩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를 보여주듯 MS는 AMD의 AI칩 활용을 늘리는 방안도 내놨다. 내주부터 AMD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MI300X 가속기를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AMD는 기존 그래픽처리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라이벌기업이다. 현재는 엔비디아가 AI칩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AMD의 경우 기존 그래픽칩 기술력이 있기에 향후 엔비디아를 견제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MS가 활용을 늘리기로 한 MI300X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인 H100을 겨냥한 최신 칩으로 AMD는 지난해 12월 출시 당시 MI300X가 H100 대비 2.4배 메모리 밀도와 1.6배 이상의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AI 업계 선두인 MS가 이 칩의 활용을 늘리면 그것만으로도 엔비디아를 견제하는 효과를 만들어낼수 있다.
이런 견제에 엔비디아는 R&D 강화를 통해 대응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현재 본사가 들어서 있는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샌타클래라 일대 5만1000㎡ 규모의 부지를 사들였다. 축구장(1만㎡) 5개가 넘는 규모다. 1998년부터 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성장해 온 엔비디아는 임차로 본사 부지와 R&D센터 등을 운영해왔으나 최근 이 부지가 매물로 나오자 과감하게 매입했다.
엔비디아가 이번에 사들인 부지에는 7개의 오피스와 함께 연구동, 데이터 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엔비디아가 대규모 본사 캠퍼스를 보유하게 되면서 AI 칩 연구개발(R&D)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부지를 임차해 온 탓에 R&D센터 등의 추가 건립에 제약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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