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심사 기준 대상 깜깜이, 대입 특혜도 여전”
더불어민주당이 4∙19혁명, 5∙18민주화 운동을 제외한 민주화운동 사망자와 유가족 등을 예우하는 내용의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민주유공자법)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전망이다. 4∙19혁명과 5∙18민주화 운동은 이미 기존 지원 법령이 따로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7일 “총선 민심은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앞으로 전진시키라는 요구가 담겨있다”며 이번 달 민주유공자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부∙여당은 해당 법안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이 확정된 사람도 국가적 예우를 받는 유공자가 될 가능성이 있고, 대상자 명단을 비밀에 부치도록 한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이번 달 민주유공자법 강행처리 예고
민주유공자법은 최근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2020년 대표발의하며 정치권의 쟁점이 됐다. 당초 원안에는 ‘민주유공자’로 인정된 사람과 유족에 대해 교육·취업·의료·대부·양로·양육 등 전방위적 지원 방안이 담겼다. 이들에 대해 대학 학비를 면제해주고 국가기관∙기업에 취업할 때 5∼10% 가점을 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운동권 셀프 특혜’, ‘현대판 음서 제도’라는 논란이 일며 보류됐고, 민주당은 법안 보완에 나선 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회의 직회부 안을 강행처리했다.
우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은) 사망하거나 다치거나 실종된 분들에 한해 (유가족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혜택을 볼 사람도 연로하신 분들만 몇 분 계신다”며 “법안 심의 과정에서 연로하신 부모들에게 최소한 의료보험 혜택이라도 줘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서 그 정도만 살려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화운동으로 무슨 대가를 받으려고 하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는 데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
민주당 홍성국 의원도 “유가족에 대한 특혜 논란이 있었던 교육, 취업, 주택 공급 등 지원 항목도 대폭 삭제했고 고령이 된 유가족의 의료와 양로만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에 기여한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다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대입 특혜 포함돼 있어, 심의 기준 등 중대 흠결도 여전”
정부∙여당의 설명은 좀 다르다. 국가보훈부는 지난달 23일 민주당이 국회 정무위에서 이 법안을 강행처리하자 이희완 차관이 브리핑을 열고 법안의 보완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통령 거부권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민주유공자법에 명확한 민주유공자 심의 기준이 없고, 보훈심사위 심의∙의결을 무력화하는 조항이 있어 북한을 찬양∙선전∙동조한 사람 등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을 원천 배제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차관은 “민주유공자법 적용 대상에는 독재정권 반대 운동, 교육·언론·노동 운동, 부산 동의대 사건, 서울대 프락치, 남민전 등 민주화보상법에서 인정한 다양한 사건이 포함돼 있는데 이 중 어떤 사건을 ‘민주 유공 사건’으로 할지 등에 대한 명확한 심사기준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유공자법은) 보훈심사위 심의·의결을 의무가 아닌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 경우 (1989년) 동의대 사건처럼 진압에 나선 경찰관과 전투경찰 7명이 순직한 사건과 관련된 이들도 민주유공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 등록 시 보훈심사위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한 국가유공자법과 달리, 민주유공자법은 ‘보훈심사위 심의·의결을 거칠 수 있다’며 보훈심사위 절차를 ‘필수’가 아닌 ‘조건부 배제’로 규정하고 있어 중대한 흠결이 있다는 것이다.
이 차관은 민주당이 ‘민주유공자는 취업, 교육 등 실질적 지원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민주유공자 본인 및 자녀의 경우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의6에 따라 대입 특별전형 대상에 포함됨을 명확히 알려드린다”고 반박했다.
2000년 이후 기존의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유공자 4988명이 받은 보상금은 1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유공자 특혜를 받을 대상자 명단과 이들의 공적을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비밀에 부친 것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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