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몇주 내에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그제 러시아 매체 베도모스티가 보도했다. 푸틴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해 9월 방러에 대한 답방 성격이다. 이렇게 되면 푸틴이 최근 한 달여 간격으로 중국과 북한을 차례로 방문하는 것이어서 한·미·일에 맞서는 북·중·러 연대가 공고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북·러 간에는 지난해 가을 김 위원장의 방러를 계기로 무기거래가 활발하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컨테이너 1000개 이상 분량의 탄약과 각종 군사장비를 보냈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얼마 전 실패로 끝났지만,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필요한 엔진 기술 등을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첨단무기 기술 이전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북한과의 모든 무기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가 어제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국가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한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준수할 것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러 밀착은 한반도를 넘어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 요소다. 북한은 7차 핵실험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훈련을 해온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함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이런데도 그간 수차례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도 모자라 유엔 대북제재 감시기구까지 와해시켰다. 북한의 ‘노골적 뒷배’가 되기로 작정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염원인 핵보유국 인정을 도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ICBM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북한에 넘긴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은 한국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양국관계 개선 의지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북한에 첨단무기 기술 이전을 해선 안 된다. 방북 시 푸틴 대통령의 행보는 한·러 관계 개선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첨단무기 기술 이전을 넘어 북핵까지 용인하려 든다면 러시아는 불량국가의 오명을 벗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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