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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누군가와 친해지고자 할 때 가장 자주 선택하는 방법은 식사를 같이하는 것이다. 식사를 같이하면 서로의 취향, 경험, 계획 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 그 결과 친근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의 보편적인 문화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식사를 같이 할 때 꼭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국적, 종교, 건강, 습관 등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 꺼리는 음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면 그 사람과 아무리 식사를 자주 해도 진정으로 친해지기는 어렵다.

나는 현재 대학교에서 외국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 중에는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교환학생도 있고, 온 지 몇 년이 된 학생도 있다. 지난 학기에 이들과 대화해 볼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나는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 친구를 많이 사귀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학생 중 한국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한 학생들이 의외로 많았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그 이유를 물어보니 대부분 “내가 종교적 이유로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회식 자리에 갔을 때, 일부 학생들은 내가 돼지고기와 술을 못 먹는 것을 몰랐고, 다른 학생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도록 ‘강요 아닌 강요’를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후자의 친구들은 “삼겹살 얼마나 맛있는데 그 맛을 모르고 어떻게 살아?”, “술을 먹어야 서로 속마음을 터놓고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거야” 등으로 말했다고 했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자 한국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를 피하게 되었고, 그 결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내가 맡은 동아리의 회장으로 일하는 한국 학생과 면담했는데, 이 학생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동아리 회식을 하고 계산을 N분의 1로 하려고 했는데, 술을 안 마신 외국 학생 2명은 자기들이 술값까지 내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국 학생들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안주와 다른 음료를 먹었으니 N분의 1로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갑론을박 끝에 술을 안 마신 친구들에게는 술값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회식 분위기는 서먹서먹해졌다.

한국인 동아리 회장은 앞으로도 회식 또는 MT가 많을 텐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양쪽 입장을 다 이해하지만 술 마시지 않은 사람에게 술값을 부담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 같으니, 다음에는 이런 사실을 먼저 말해주고 술과 밥을 따로 계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학교만이 아니라 회사, 지역사회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식사하셨어요?”, “밥 꼭 잘 챙겨 먹어요”라고 인사할 정도로 식사에 큰 의미를 둔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 따라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 문화나 취향을 강요하지 않으면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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