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한동훈 면담 요청 두 차례 거절”
나경원·윤상현도 洪 만나 친분 어필
洪 ‘윤심 대변’ 보수층 시각도 영향
韓도 27일 대구 찾아 영남권 공략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홍심’(洪心, 홍준표 대구시장의 의중)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대구로 향해 홍 시장과 가까운 후보라는 점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원희룡 당대표 후보는 26일 첫 일정으로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방문해 홍 시장을 면담했다. 원 후보는 시장실에 들어서자마자 홍 시장과 껴안고 기념촬영을 했다. 홍 시장이 자리에 앉자 원 후보는 “업어드리려고 했는데”라며 친근감을 표현했다.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점퍼를 입은 홍 시장은 곧장 “정당사에 총선 참패하고 물러난 사람이 다시 전당대회에 나온 전례가 한 번도 없다”며 한 후보에 대한 독설을 쏟아냈다. 홍 시장은 한 후보 측이 두 차례 면담 요청을 했는데 “와도 안 만난다. 오지 마라”고 거절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홍 시장은 “만약 (한 후보를 당대표로) 뽑아준다면 이 당 해체해야 한다”며 원 후보에게 “원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대표 선거에) 나와줘서 고맙다. 원 장관 같은 사람이 당을 맡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 21일 대구를 찾은 나경원 당대표 후보와 1시간가량 비공개 만찬을 한 바 있다. 나 후보는 당시 “홍 시장께서 충분한 역량이 된 제가 당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상현 당대표 후보와는 지난달 29일 만났다.
당대표 후보들의 홍심 경쟁은 당원 대다수가 몰린 영남권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시장이 총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한 만큼, ‘윤심’(尹心, 윤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한다는 시각이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엔 홍 시장이 한 후보의 면담 요청만 거절한 것을 윤심과 연결짓는 해석도 있다. 한 후보는 27일 대구를 찾지만 홍 시장, 이철우 경북지사와는 만나지 않는다. 한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홍 시장)이 만나기 싫다고 하니 뵙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후보 측은 이 지사와의 면담 불발에 대해 “일정상의 변수가 생겨 추후 다시 면담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친윤(친윤석열)계는 나 후보와 원 후보의 반한(반한동훈) 연대론을 띄우며 ‘한동훈 꺾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친윤 유상범 의원은 이날 “결선 투표로 가게 되면 나 후보와 원 후보의 연대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원 후보는 홍 시장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께서 나 후보와 척지지 말고 잘 협력하고 힘을 합쳐서 가라고 했다”며 “저는 무엇이든지 열려있다”고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나 후보는 TV조선 인터뷰에서 “시작도 안 했는데 단일화부터 이야기하느냐”라며 이를 일축했다.
나 후보는 이날 박완수 경남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을 차례로 만나며 부산·경남 당심을 공략했고, 윤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 집중하며 공중전을 펼쳤다. 나, 윤, 한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구·경북 출신 보좌진, 언론인 모임인 ‘보리모임’ 만찬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일정상 불참한 원 후보는 스피커폰을 통해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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