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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했던 한국전쟁의 진실… 강대국의 숨겨진 속내는?

입력 : 2024-06-29 06:00:00 수정 : 2024-06-27 20: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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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논픽션의 대가 데이비드 핼버스탬
가혹했던 1950년 10·11월 사건들에 집중
‘잊힌 전쟁’ 등으로 불린 ‘한국戰’ 재조명
맥아더를 비롯해 美 수뇌부의 오판 규명
인물의 공과 중심 극적 순간·의미 보여줘

콜디스트 윈터/ 데이비드 핼버스탬/ 정윤미 이은진 옮김/ 살림/ 5만원

 

아주 치명적이었고 고통스러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적군의 대규모 공격과 참기 힘든 추위 때문에 참전 부대원들은 이중으로 고생했다고도 했다. 베트남에서 만난 남베트남 공군 제9사단 고문관 프레드 래드 중령은, 자신이 참전한 한국전쟁에서 미군이 중공군에게 기습 공격을 당하면서 예상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회고했다.

방대한 조사와 치밀한 추적을 통해 한국전쟁의 주요 국면의 의미와 함께 맥아더를 비롯해 주요 인물의 공과를 규명해 낸 탐사 논픽션 ‘콜디스트 윈터’가 15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사진은 인천상륙작전을 지켜보는 맥아더. 살림출판사 제공

중공군이 한국전쟁 안으로 육박해 들어온 순간의 이미지가 좀처럼 잊히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뒤에도, 1950년 11월과 12월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일을 듣고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했다. 1963년 그때,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한국전쟁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은 그가 래드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날로부터 무려 44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나왔다. 미국 전역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만나는 등 30년 넘게 취재와 구상을 이어갔고, 10년 동안 집필한 끝에야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가 죽은 직후에야.

탐사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책 ‘콜디스트 윈터’에서 ‘잊힌 전쟁’ ‘잘못 이해된 전쟁’ 등으로 불린 한국전쟁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더글러스 맥아더를 비롯해 당시 미국 수뇌부의 오판과 실수를 규명해 낸다. 책은 중공군의 전격적 참전으로 대규모 국제전쟁으로 비화하고 이후 재조정을 통해 전황이 팽팽하게 고정되는 상황과 맥아더를 중심으로 전쟁의 주요 국면과 주요 인물의 공과 등을 추적해 한국전쟁의 가장 극적인 순간과 그 의미를 포착해 보여준다. 15년 만의 전면 개정판.

데이비드 핼버스탬/ 정윤미 이은진 옮김/ 살림/ 5만원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책은 미군에게 특히 가혹했던 1950년 10월과 11월 그날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압록강이다!” 1950년 10월 하순 마침내 압록강에 도달한 백선엽 장군의 부대원들이 소리쳤다. “드디어 압록강이다.” 바로 그 10월25일, 이미 한반도에 은밀하게 잠입해 있던 중공군이 보급선도 확보하지 않은 채 북쪽 깊숙이 진격한 한국군과 유엔군 부대를 전격 공격했다.

좌측에 있던 한국군 제1사단 20연대가 타격을 받았고, 백선엽이 이끄는 제15연대도 무섭게 퍼붓는 박격포화 때문에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이어서 사단 예비대인 제11연대 역시 측면과 후방에서 공격을 당했다. 백선엽은 즉각 사단 전체를 운산까지 후퇴시켰다.

교전 첫날 연대 예하 부대에서 포로 한 명을 사로잡았는데, 놀랍게도 중공군이었다. 30대의 광둥 지방 출신 정규 공산군으로, 두꺼운 누비로 만든 군복을 입고 있었다. 한쪽은 카키색이고 다른 쪽은 흰색인 양면 군복이었다. 두껍고 무거운 귀마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고무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포로는 인근 산악에 수만 명의 중공군이 있다고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휴전협상의 모습

11월1일, 중공군이 나팔을 불면서 운산으로 후퇴한 한국군 제15연대와 미 제8기병연대를 공격했다. 중공군은 사방에서 포격과 총탄을 쏟아내면서 미군과 한국군 진영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중공군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누가 지휘하는지를 도통 알 수 없었다.

전투가 종료됐을 때 미 8기병연대는 병력 2400명 가운데 8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탱크 9대와 트럭 129대 등 많은 장비를 잃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엔군은 청천강 반대편 진지로 물러나 중공군의 2차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중공군은 출몰했을 때처럼 불가사의하게 사라져버렸다.

저자는 맥아더가 태평양전쟁 승리의 주역, 인천상륙작전의 성공 등 많은 성취에도 미국과 한국전쟁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한다. 즉, 그는 중공군의 참전 가능성을 줄곧 경시했고, 대규모 중공군이 참전했을 때에도 안이하게 대응하다가 위기를 맞았으며, 중국 본토 공격이나 대만의 장제스 군 활용, 심지어 핵무기 사용까지 주장하는 등 무리한 작전을 주장하며 미국을 위협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중공군을 사로잡는 미군 모습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중공군이 참전하지 않을 거라고 큰소리치면서 압록강까지 적군을 추격한 일이었다. 그로 인해 맥아더의 부대는 압록강 근처에서 아무런 지원 없이 처절하게 싸우다 패배하고 말았다.”

한국전쟁의 단초를 제공한 ‘애치슨 라인’에도 비판적이다. 즉, 극동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이를 대외에 공포함으로써 김일성과 스탈린을 자극하고 오판을 초래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산 진영에 너무나 위험한 신호를 준 꼴이었다.” “미국은 극동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함으로써 다양한 공산주의 세력이 행동을 개시하도록 자극했다. 결국 소련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김일성에게 남한을 침략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미국과 중국이 싸우도록 한 스탈린 역시 오판했다고 주장한다. 즉, 스탈린은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오판했고, 중국을 도와주지 않으면서 앙금이 쌓여 나중에 중소분쟁에 영향을 줬으며, 특히 미국이 안보를 중시하는 대외전략으로 선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생경한 추위에 떠는 미군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저자는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이 된 것은 미국의 입맛에 딱 맞았기 때문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승만정부는 형편없고 부패하고 무능력했다고 비판한다.

반면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 대해선 우호적이다. 트루먼은 얼핏 보기에는 대학도 나오지 않고 보잘것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애서가에, 진정성이 있었으며, 결단할 때는 단호히 결단하는 지도자였다는 것이다.

저자인 핼버스탬은 소설 ‘고상한 로마인’과 베트남전을 다룬 논픽션 ‘최고의 인재’를 비롯해 모두 21권의 저서를 남긴 탐사 논픽션 대가였다. 사건과 사람 사이에 숨겨진 연결고리에 주목했고, 늘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그 의미를 들려주려 시도했다. 그래서 그는 늘 인터뷰를 하러 다녔다. 미국 방방곡곡으로, 세계로. 2007년 봄, 그는 이 책의 교정을 마친 닷새 뒤 스물두 번째 책을 위해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를 만나러 가다가 캘리포니아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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