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UFC도 미국 프로농구(NBA)처럼 한국인 파이터에게 벽이 될 수 있다.”
김대환 UFC 해설위원은 세계 격투기의 수준이 향상되면서 코리안 파이터들이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워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과거 UFC 무대에 선 한국인 파이터가 존재감을 뽐냈다. ‘전자매미’ 김동현과 ‘코리안좀비’ 정찬성은 각 체급의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 최근 UFC 코리안 파이터 가운데 ‘랭커’에 들어간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 파이터들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이창호(30) 역시 그중 하나다.
이창호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덤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 휘태커 vs 알리스케로프에 앞서 열린 로드 투 UFC(RTU) 시즌2 밴텀급 결승에서 중국의 샤오롱(26)을 상대로 2-1(28-29 29-28 29-28)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이창호는 RTU 시즌1 플라이급(56.7kg) 박현성(28)과 페더급(65.8kg) 이정영(28)에 이어 세 번째 한국인 RTU 우승자가 됐고 21번째 코리안 UFC 파이터가 됐다.
이창호는 “경기가 끝난 뒤 이틀만에 UFC로부터 계약서가 이메일로 날아왔다”며 “5경기를 뛰기로 했는데 부모님 많이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시절 잔병도 많았고 힘도 약했고 체력도 부족했고 몸도 왜소했다”며 “단순히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에 20살 때부터 TV로 종합격투기(MMA)를 보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창호는 “부모님 반대가 참 심했다”며 “하지만 아마추어 대회에서 성적도 내고 결과로 증명하니 이제 부모님께서도 응원해주신다”고 웃었다.
샤오롱과의 경기는 쉽지 않았다. 샤오롱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글러브 터치를 위해 옥타곤 중앙으로 나서는 이창호를 향해 갑작스러운 플라잉 니킥을 시도했다. 이창호는 “지난 RTU에서도 샤오롱이 글러브 터치 없이 플라잉 니킥을 날렸다”며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번에도 또 그럴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그랬다”고 돌아봤다. 이어 “결승전인 만큼 화끈하게 싸우자는 의미로 글러브 터치도 하고 최소 매너는 지키면서 경기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도 “사실 RTU 결승이 미뤄지고 또 미뤄졌던 게 더 긴장도 되고 힘들었다”고 밝혔다.
1994년생인 이창호는 다소 늦었다고 평가받는 나이도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창호는 “늦은 나이일 수 있고 확실히 나이는 무시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종종 든다”며 “체력에서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은 이창호의 강력한 무기다. ‘개미지옥’이라는 별명처럼 한번 상대를 그라운드로 끌고 가면 헤어나올 수 없게 상대를 가둔다. 샤오롱과 경기에서도 이창호는 3라운드 내내 끈적한 더티복싱과 클린치 상황에서 니킥 등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이창호는 무한체력의 비결로 자기관리를 꼽았다. 이창호는 “한결같이 체력훈련과 매트 운동을 반복하고, 일주일에 최소 두 번 이상은 5㎞ 전력달리기를 한다”며 “에너지를 운동할 때만 집중적으로 쓸 수 있도록 생활패턴을 만들었고, 술은 마실 줄도 모르고 담배는 입에 대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제 모든 아마추어 파이터가 꿈꾸는 무대에 들어서게 된 이창호는 정식 데뷔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창호는 “RTU 시즌2 밴텀급 우승자”라며 “확실하게 더 강해지고 체력을 더 다듬어서 멋진 데뷔전을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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