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법인세 등 밸류업 세제 개편
세수 결손 대책이 빠진 것은 아쉬워
정부가 민생안정과 성장동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종합처방전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25조원을 투입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자금줄 숨통을 틔우고 임대료·전기료·인건비 부담도 덜어주는 게 핵심이다. 저금리 대출이 저신용자에서 중저신용자로 확대되고 소상공인의 재기를 지원하는 새출발기금도 40조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포퓰리즘적 현금 나눠주기 식이 아니라 소상공인들에게 맞춤형으로 충분한 지원을 펼치겠다”고 했다. 세수부족 탓에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에서 현금 퍼주기를 자제한 건 다행스럽다.
이날 같이 발표된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생산성 개선부터 기업 밸류업, 교육개혁까지 중장기과제가 망라돼 있다. 특히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고 주주들의 배당소득세도 저율의 분리과세로 줄여준다. 기업인이 주식을 상속할 때 부과하던 최대주주의 할증(최대 20%)이 폐지되고 가업상속공제한도도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늘어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저평가)’의 주범으로 꼽히는 낡은 세제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인데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다만 지난해 56조원에 이어 올해 약 20조원의 세수결손이 예고된 상황에서 감세에 따른 재정 부족분을 메우는 대책을 찾기 어려운 것은 아쉽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2.5%)과 국제통화기금(2.3%) 등 국내외 예측기관보다 높다. 내수가 침체에 빠져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고금리 등 대내외 악재가 즐비하다.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 로드맵에도 중견·대기업 일자리를 250만개 창출하거나 세계 100위권 대학을 1곳에서 10곳으로 늘리는 식의 장밋빛 청사진이 가득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 속도감 있는 실천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F1(포뮬러원) 경기 사진을 꺼내며 “합리적 정책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집행이 잘 돼야 한다”, “늦으면 소용없다”고 했다. 정부가 아무리 신통한 정책을 내놓은들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어제 발표된 정책 대부분은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여당은 야당 대화·설득에 최선을 다하고 거대 야당은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초당적인 협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좋은 정책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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