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결제·취소 모두 막혀
6·7월 피해 규모 최소 1000억
대통령실 “신속 대응방안 검토”
결제대행업체 모두 거래 취소 나서
신용카드 이어 간편결제까지 안 돼
유통 대형사·입점업체들 판매 중단
휴가철 여행상품 구매자 등 ‘날벼락’
최대 2개월 걸리는 정산 기간이 원인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큐텐그룹이 운영하는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뿐 아니라 소비자 환불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당수 상품 판매가 중단되고 신용카드 거래까지 막혔다. 피해가 판매자뿐 아니라 소비자로도 확산하면서 2021년 환불 대란으로 대규모 피해를 낳았던 ‘머지포인트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내 결제·취소 등 신용카드 거래가 모두 막혀 사실상 정상적인 플랫폼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KG이니시스, NHN KCP, 토스페이먼츠 등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들이 정산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티몬·위메프와 거래를 모두 중단하면서다. 이 때문에 티몬·위메프에서 신규 결제는 물론 기존 결제 취소에 대한 환불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현재 PG사들은 신용카드 결제에 대한 환불은 티몬에 직접 문의해 개별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페이대란’도 현실화됐다. 신용카드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페이 등 간편결제까지 모두 중단되면서 현재 티몬에서 상품을 구매하려면 계좌 이체와 휴대전화 결제만 가능하다. 티몬 캐시의 페이코 포인트 전환과 해피머니와의 거래, 포인트 전환도 전날 부로 중단됐다.
이외에도 다수의 대형 유통사가 티몬과 위메프를 통한 상품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 구입한 물건 환불 못해… ‘제2 머지포인트’ 우려
롯데백화점은 지난 19일부터 티몬과 위메프 양사에서 판매를 중단한 상태고, 현대홈쇼핑과 GS샵, CJ온스타일 역시 최근 잠정적으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신세계라이브쇼핑도 판매 링크를 내려 소비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사실상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는 소비자 피해 상담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위메프와 티몬을 통해 항공권, 숙박권, 렌터카, 여행패키지 상품 등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기존 결제 취소·환불 신청 후 여행사에 재결제해야만 출발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고 있다. 티몬·위메프가 판매업체에 정산하지 못한 미수금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의 하루 결제 추정액이 400억원 안팎에 이르는 만큼 아직 정산 시점이 다다르지 않은 6, 7월분 정산 금액까지 합하면 최소 1000억원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도 티몬·위메프 등에 대한 선정산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전날부터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실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으며, SC제일은행도 티몬·티몬월드·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선정산대출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물건을 판매한 뒤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부터 정산되지 않은 금액)을 먼저 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이커머스 업체로부터 정산금을 대신 받아 자동으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사태가 긴 정산주기와 허술한 판매대금 관리가 발단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커머스의 경우 정산과 대금 보관, 사용 등에 관련한 법 규정이 없어 정산주기가 업체마다 다르며 길게는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G마켓·옥션이나 11번가, 네이버 등 판매자 상품을 중개하는 오픈마켓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면 바로 다음 날 판매자(셀러)에 판매대금 100%를 지급한다. 고객이 구매 확정을 하지 않더라도 늦어도 열흘 이내에 정산이 완료된다.
반면 티몬은 거래가 이뤄진 달의 말일로부터 40일 뒤에 거래 대금을 지급하고, 위메프는 거래가 발생한 달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두 달 뒤 7일에 정산을 한다. 정산까지 적게는 40일에서 많게는 60일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이마저도 업체가 자체적으로 정한 정산 방식으로,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를 어겨도 규제 기관의 제재가 없다.
휴가철을 앞두고 티몬 등을 통해 여행·문화 상품을 예약했다가 날벼락을 맞은 소비자와 이들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했다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한 셀러 피해가 속출했다.
위메프에서 4만원가량의 뮤지컬 티켓 2장을 구매한 대학생 윤모(24)씨는 “위메프에서 산 비행기 표 등을 현장에서 쓸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해서 표를 취소하려고 했는데, 앱(애플리케이션)에서 환불을 시도하면 ‘오류가 발생했다’는 알림만 뜬다”며 “당장 다음 달이 공연이라 위메프에서 산 표를 정상적으로 쓸 수 있는지 공연기획사의 공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취재진에 말했다.
피해 최소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호소에 정부가 신속한 대응을 약속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소비자와 판매자 피해 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에서 신속히 상황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 문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며 “한국소비자원의 피해 구제 및 분쟁조정 기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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