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성현의 위패를 모신 서울 성균관 대성전 지붕에서 1602년 건축 공사 과정을 기록한 문서가 발견됐다.
국가유산청은 보물 ‘서울 문묘 및 성균관’ 내 대성전의 지붕을 보수하던 중 1602년에 기록된 상량 묵서(먹물로 쓴 글씨)를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상량은 목조 건축물의 종도리를 올려놓는 과정이다. 종도리는 서까래 밑에 가로로 길게 놓이는 도리 부재 가운데 제일 높은 곳에 두는 것으로, 서까래를 걸기 전에 마지막으로 올린다는 점에서 건물 골격이 완성되는 단계로 본다. 상량을 할 때는 별도 의식을 진행하고 날짜, 이력, 과정 등을 적은 글을 종도리에 직접 써두거나 종이에 쓴 상량문을 넣어 밀봉하기도 했다.
대성전 지붕의 상량 묵서는 지붕의 중앙 칸 종도리 하부에서 발견됐다. 기다란 목재 위에는 ‘만력 이십구년시월이십육일(1602년 10월 26일) 상량목수편수 김순억 김몽송 강향’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이 묵서는 추가 연구·조사가 필요하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따르면 대성전은 1407년 재건됐으나 1592년 임진왜란으로 전소됐고, 선조(재위 1567∼1608) 대인 1602년 7월에 중건 공사를 끝냈다고 전한다. 묵서에 적힌 날짜와 3개월 정도 차이가 있다. 국가유산청은 “묵서와 실록 기록 간에 몇 개월의 오차가 있고, 목수와 관련해서도 다른 기록에서 같은 이름을 발견할 수 없어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1869년 이후 여러 차례 대성전을 수리 공사했으나 상량 묵서가 발견됐다는 기록은 없다. 기존 자료 등을 볼 때 상량 묵서가 발견된 건 처음일 듯 하다”고 말했다.
대성전의 내부 천장에서는 옛 단청도 새로 확인됐다. 지붕 내부를 해체하면서 드러난 단청은 조선 숙종(재위 1674∼1720) 시기 이전에 시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단청 기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는 1704년 대성전에 박쥐가 살면서 건물 내부를 더럽히자 이를 막기 위해 지붕 밑을 편평하게 만들어 장식하는 공간인 ‘반자’를 설치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대성전 보수 공사는 2025년 2월쯤 마무리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과 종로구청은 올해 12월까지 매주 목요일에 수리 현장을 공개한다. 국가유산청은 "해체 과정에서 발견된 단청 기법, 목재를 다듬고 손질한 흔적 등을 추가로 조사해 우리 건축 역사를 다양하게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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