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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잔칫상 위의 주식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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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26 21:00:00 수정 : 2024-07-26 16: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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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안 하거나 배우자가 있어도 자녀는 없는 이들이라면 ‘요즘도 돌잔치가 있어’ 하고 궁금하게 여길 법하다. 저출생으로 신생아가 급격히 감소해 돌잔치에 갈 일이 줄어들었을 뿐 돌잔치 자체는 여전히 한다. 아이가 하나뿐인 가정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잔칫상도 예전보다 더 성대하게 차린다는 소문이다. 다만 학교 친구나 선후배는 물론 직장 동료까지 돌잔치에 초청하던 관행은 사라졌고, 이제는 부부와 양가 가족 정도만 모여 생후 1년 된 아기의 앞날을 축복하는 듯하다.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요즘은 아이가 돌일 때 금반지 대신 주식을 사 준다”고 말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뉴스1

돌잔치의 핵심은 돌잡이다. 돌잔치 당일 상 위에 여러 물건을 갖다 놓고 아이로 하여금 하나를 고르게 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어른들은 애가 책을 만지면 이 다음에 커서 학자, 붓을 집으면 한석봉 같은 명필가가 될 것이라며 웃음꽃을 피운다. 길쭉한 실을 선택하면 장수를 누릴 것이라 하고, 돈이나 쌀에 손이 가면 백만장자가 될 운이라 여긴다. 돌잡이 상에 오르는 물품 중엔 ‘법봉’(法棒)으로 불리는 나무 망치도 있는데, 이것을 잡으면 나중에 판사가 된다고 해서 어른들이 좋아한다. 다만 우리나라 법원에서 판사가 재판을 할 때 나무 망치를 두드리는 일은 없다. 국무회의나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회의 때 대통령,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나무 망치를 사용한다. 그러니 법봉 말고 ‘의사봉’(議事棒)이 옳은 표현이다. 돌잔치 날 아이가 나무 망치를 집는다면 법조인 아니고 정치인이 될 징조로 보면 되겠다.

 

돌잔치도 결혼식처럼 참석자들이 축의금을 낸다. 예전에는 금반지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현금이 더 많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돈보다 여전히 금반지 선물이 더 마음에 드는 듯하다. 2022년 9월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장윤정이 ‘아들 돌잔치 때 받은 금반지가 어마어마하게 많아 골드바로 만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해 커다란 화제가 됐다. 실제로 유명인들은 방송에 출연해 자녀 돌잔치에 들어온 금반지가 몇 개인지 공개하며 자랑하곤 한다.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시작하기 전 의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 돌잔치 선물이 느닷없이 정치 무대로 소환됐다.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가 “요즘은 아이가 돌일 때 금반지 대신 주식을 사 준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후보자의 두 자녀는 10살도 되기 전 아버지 돈으로 비상장 주식을 300만원씩 샀다가 지난해 처분해 13배 넘는 차익을 남겼다. 이에 의원들이 ‘알짜 황제 주식’ 운운하며 비판하자 이 후보자가 돌잔치 때 금반지 말고 주식이 더 좋은 선물이란 취지로 항변한 것이다. 당장 “부적절한 발언”이란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고 이 후보자는 결국 “평점심을 잃은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잘못된 답변”이라고 시인했다. 평정심이란 ‘감정의 기복이 없이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을 뜻한다. 판사한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바로 평정심인데 대법관이 되겠다는 이가 평정심을 잃다니, 그저 걱정이 앞설 뿐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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