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로 열린 여러 다자·양자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단호한 메시지 발신을 강조했으며 많은 나라들이 우리와 인식을 같이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의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아세안 회원국 및 주요국 외교 수장들과의 만남을 이렇게 돌아봤다.
지난 26∼27일 조 장관은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5개의 다자회의에 참석했다. 양자회담은 중국, 일본, 영국, 인도, 노르웨이, 아세안 주요 5개국 등 모두 10개국과 가졌다.
미국, 러시아와는 27일 회의 일정 도중이나 사이를 활용해 짧게 면담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라오스 도착 일정이 변경되면서 양자회담을 정식으로 갖지는 못해 EAS 회의장에서 잠시 환담했다고 조 장관은 전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조 장관은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 등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분명하고 단합된 메시지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군사적 위협뿐 아니라 오물풍선 살포 등 복합도발을 하는 북한의 행태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려는 아세안의 노력을 외면하는 것임을 회의장에서 지적함으로써다.
조 장관은 “아세안 회의에서 특정 국가를 잘 지목하지 않는 분위기임에도 북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적이 나왔다”며 “북한이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등의 메시지가 그렇게 발신됐다”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주말이 지난 뒤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ARF 의장성명에 북·러 군사 밀착 등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길 것인지가 관심인데, 현실적으로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ARF 의장성명과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이 당사자로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그 내용이 반영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모든 성명에는 참석자들의 입장이 균형되게 반영돼야 한다는 인식이 있고, 러·북 비판 당사자 간 협력의 문제라 반대나 신경쓰는 나라들이 많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조 장관은 두 달여만에 다시 회담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는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고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을 재확인했으며, 탈북민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각별한 관심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 러시아와는 비교적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과 러시아가 한·미의 핵확장 억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반면 중국은 이에 대해 간접적으로만 표현했다”며 “중국측 발언은 이틀 동안 수위가 세다고 볼 정도는 아니었으며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한다는 이미지로 비치도록 애쓰는 느낌이었다”고 평했다.
조 장관은 약식회동을 가진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는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한국측의 엄중한 우려를 전달하고,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도 북한과의 군사협력 및 북·러 조약에 대해 안보리 위반이 아니며 공세적인 것이 아닌 방어적 조치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 당국자는 “서로 잘 아는 이러한 입장 차이를 놓고 부딪히기보다 이날 약식회동에서는 북·러 협력이 추가적 안보 위협으로 발전되지는 않기 바란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며 “아무 소통 없이는 상황을 관리할 수 없는 만큼 그런 측면에서 채널을 마련하려 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의 짧은 만남을 계기로 필요시 양국이 소통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양해에 도달한 것이 소기의 성과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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