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미표기’ 논란 적극 반박
“탈출 시도하다 붙잡혔다 명시
전시실 설치 등 실질적 先조치”
민주 “尹, 과거사 지우기의 공범”
외통위 소집해 진상 파악 추진
대통령실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 동원됐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동의와 관련해 실질적 선조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인근에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을 여는 등 선조치를 했다”며 “전시실에 방문하면 조선총독부가 노동자 모집에 관여했으며, 노동자가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혔다고 적혀 있는 등 누구나 강제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전날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반도(한반도의 일본식 표기) 출신자를 포함한 광산 노동자의 생활’이라는 제목의 전시관이 설치·공개된 것을 ‘실질적 선조치’라고 본 것이다. 전시물에는 국가총동원법·국민징용령이 한반도에서 시행됐고, 모집, 관 알선, 징용에 조선총독부가 관여했다는 점, 노동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작업이 부여되고 위반자는 수감되거나 벌금을 부과받았다는 사실 등이 적혀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을 넣느냐, 강제성 한 단어를 포함하는 데 집중하느냐 하는 협상 과정에서 선택의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 군함도 탄광 등 근대산업시설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조선인 강제노역 등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했던 일본 측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선(先)조치, 후(後)등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군함도 등과 관련한 정보센터는 5년 뒤인 2020년 도쿄에 설립됐지만, 차별과 가혹한 노동환경, 임금 미지급 등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강제동원 역사와 관련한 일본 측의 선조치가 이뤄졌다는 대통령실·외교부 입장과 달리 일본이 ‘강제성’을 분명히 표시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실질적 선조치’라는 정부 해명에 대해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는 ‘조선인 강제노동’을 인정하고 있다니, 국민을 기망하는 기괴한 외교문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15년 박근혜정부에 이어 윤석열정부는 일본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하는 식민과거사 흔적 지우기의 공범이 됐다”며 “도대체 무엇을 얻었기에 나라 잃은 백성의 피와 눈물로 쓰인 통한의 역사를 윤석열정부는 통째로 일본에 팔아넘기고 있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진상 파악 차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소집을 추진 중인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도 관련 상임위 수석전문위원들에게 경위 파악을 요청했다고 국회 관계자가 전했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관련 표현을 빼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를 했는지 등에 관해 외교부 등 정부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해 보라는 취지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일본이 강제노동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현지에 상설 전시를 하고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1500명인 것과 노동환경이 가혹했다는 점을 소개하는 방안 등을 타진해 한국이 최종적으로 수용했다”고 전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강제노동 표현을 빼는 데 한·일 정부가 합의했느냐’는 질문에 “외교상 오고 간 얘기에 대한 자세한 답변은 삼가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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