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없어 대형 수건 창문에 붙여”
2024 파리올림픽 선수촌 내 도난 사고가 속출하며 선수들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또 일부 숙소 창문에 커튼이 설치되지 않아 외부에 실내가 노출되는 등 불편한 환경을 호소하는 선수들도 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지난 28일 일본 대표팀의 한 럭비 선수가 선수촌 방에서 결혼 반지와 목걸이, 현금을 도난 당했다고 신고했다. 피해 선수는 지난 19일부터 21일 외출했던 기간에 약 3000유로(약 450만원) 상당의 귀중품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27일에는 호주 하키 대표팀 코치가 은행 카드를 도난 당해 부정 사용 피해가 발생했다고 신고했다. 그는 같은 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시 사이 선수촌 방에 누군가 침입해 카드를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피해 금액은 약 1500호주 달러(약 136만원)다.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의 티아고 알마다 선수도 약 4만 유로의 시계와 약 1만 유로 반지를 도난당했다. 피해액은 약 7500만원에 달한다.
피해 당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경기를 앞두고 생테티엔의 오귀스트 뒤리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지난 25일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티아고 알마다가 시계와 반지를 잃어버렸다. 알마다가 경기 시작 전에는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에 끝난 뒤에야 밝힌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선수촌에 접수된 도난 신고는 5건에 달한다.
현재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선수촌의 환경상 범인을 잡는 건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들의 생활 공간에는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있지 않고, 외부인 출입도 제한되고 있다. 또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 공간을 경찰이 드나들며 조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선수촌 밖에서의 도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브라질 축구의 전설로 불리는 코임브라 지쿠(71) 전 일본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 참석 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다가 거리에서 가방을 도난 당했다.
해당 가방에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롤렉스 시계, 2000유로와 2000달러 상당의 현금이 들어있었다. 피해액은 약 59만유로(약 8억8600만원)로 추정된다.
사건 당시 택시를 타려던 지쿠에게 도둑 일당 중 한 명이 운전자의 주의를 끌고 다른 한 명이 뒷좌석에 접근해 가방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는 소매치기범이 기승을 부리는 지역으로 악명이 높다.
앞서 파리 당국은 3만명의 무장 경찰을 배치하고 2만5000명의 사설 경비원과 1만8000명의 프랑스 군인까지 투입하며 보안을 강화했지만, 올림픽 ‘특수’를 노린 소매치기 범죄가 여전한 상황이다.
선수촌 숙소에 대한 불만도 늘고 있다.
선수촌 음식 제공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이번에는 숙소에 “커튼이 없어 불편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29일 미국 NBC ‘투데이쇼’에 따르면 미국 육상선수 샤리 호킨스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커튼이 설치되지 않은 현지 숙소 상황을 전했다.
호킨스는 숙소 창문을 보여주며 “커튼이 없어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나눠준 대형 수건 한 장을 창문에 붙여 커튼으로 사용한다”며 “수건을 직접 붙인 뒤에야 프라이버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수건을 오랫동안 고정하지는 못한다”며 “샤워를 마치고 나오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이 수건을 붙이고 최대한 빠르게 옷을 입는다. 안 그러면 이 수건이 그대로 떨어진다”고 호소했다.
숙소 수용 인원 대비 화장실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테니스선수 코코 가우프는 SNS에서 “여성 선수는 10명이지만 화장실은 2개뿐”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내세우며 선수촌에 에어컨도 설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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