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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머니 중단 사태 배경엔 카드깡 온상 ‘큐코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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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01 21:00:00 수정 : 2024-08-01 21: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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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 따라 연쇄 부실로 이어진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해피머니의 무리한 발행 배경에 큐텐그룹의 가상자산 ‘큐(Q)코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영배 회장은 무리한 사업 확장을 위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2019년 큐코인을 발행했는데 이는 해피머니, 도서문화상품권 등을 활용한 카드깡 수단으로 악용됐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1일 업계에 따르면 큐코인은 싱가포르 큐텐그룹의 계열사 큐브(Quube)가 발행한 가상자산으로 이를 구입해 큐텐그룹 내 계열사에서 선불 충전금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통상 1큐코인은 1~1.2달러 수준의 가치를 가졌는데 소비자들은 큐코인을 카드깡 수단으로 주로 활용했다. 신용카드를 통해 큐코인을 결제하고 다시 도서문화상품권, 해피머니 등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그 과정에서 카드사 실적이나 카드사가 제공하는 해외직구 포인트를 챙겼다. 당시 큐코인은 가상자산으로 결제액을 조절할 수 있었고, 5999원 결제 시 999원을 환급해줬던 신한 다모아카드의 부정사용 문제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큐코인은 출시 3개월 만에 230만개, 한화로 26억원어치가 발행되는 등 자금을 끌어모았다.

 

주요 카드사는 큐코인이 기존 금융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꼼수라고 지적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국내에서는 신용카드로 월 100만원 이용한도를 초과해 상품권을 구매하는 것은 금지된다. 아울러 신용카드 포인트 적립 등에는 상품권, 선불충전금 구입을 제외하고 있다. 카드깡과 자금세탁 등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큐텐에서 판매되는 큐코인을 통해서는 하루 150만원(5만원권 30장)까지 최대 10% 할인된 가격으로 해피머니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해외 직구 형태로 큐코인을 구입했기 때문에 해외카드 실적, 포인트까지 챙길 수 있었다. 큐텐은 큐코인을 2∼5% 할인 판매하거나 가치를 수시로 변경하며 판매를 독려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가맹점은 상품권, 선불충전금 판매를 구분할 수 있지만 해외 가맹점의 경우 비자, 마스터카드 등 해외 브랜드사의 망을 빌려 쓰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디에 쓰는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며 “큐코인의 기형적 구조를 카드사에서도 파악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막을 대책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 큐텐이 지난 2월 인수한 미국 쇼핑플랫폼 '위시'에서는 현재까지도 큐코인을 판매하고 있다. 위시 화면 캡처

2022년에는 위시팜이라는 서비스를 도입해 큐코인을 예치하면 추가 코인을 지급하는 가상자산 업계의 스테이킹과 유사한 서비스도 운영했다. 코인 구매자의 자금을 일정기간 묶어두는 것으로 유사수신에 걸릴 수 있지만 해외 서비스라 당국의 규제망을 피했다.

 

일부 소비자는 티몬, 위메프 인수 과정에서 큐코인으로 모아놓은 자금이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쌓인 자금을 그룹에서 다른 용도로 활용해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무했다. 큐코인의 이용약관에 따르면 사업자가 서비스를 사정에 따라 중단할 수도 있었다.

 

현재 큐코인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이제 활용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상품권 결제가 막혔고 티메프와 연동된 상품들은 결제 취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티몬·위메프 사태 소식을 듣고 큐코인으로 급히 상품 구매를 했는데 배송중만 걸어두고 1주일 넘게 감감 무소식”이라며 “금액을 다 날리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큐텐은 최근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이날부터 큐코인의 월 보유 한도를 최대 1000달러로 제한했다. 

 

큐코인을 가상자산으로 보면 구매 과정 자체가 불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구매를 위한 신용카드 결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에서 거래가 이뤄져 규제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큐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상자산보다 상품권에 가까운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금세탁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 결제업체인 넷텔러를 이용한 환투자, 가상자산 구매 등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큐코인도 형태가 유사해 보인다”며 “큐코인을 타인에 선물할 수도 있는데 이는 자금세탁에 악용될 우려도 큰 구조”라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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