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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강릉 새벽 기온 31.4도
올들어 열대야 일수 급격히 늘어
대기 수증기·구름양 증가 탓인 듯
인명 피해 없도록 취약층 보호를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국이 밤낮으로 펄펄 끓고 있다. 폭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 그리고 열대야는 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의미한다. 참고로 열대야는 기온이 밤에도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때에 너무 더워서 사람이 잠들기 어렵기 때문에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의하면 올해 6, 7월 서울의 폭염 일수는 6일로 지난 30년(1991∼2020) 평균 발생 일수인 3.7일의 두 배 가까운 값을 기록하였지만, 열대야의 경우 14일로 지난 30년 평균 발생 일수인 4.8일의 세 배 정도 증가한 일수를 기록하였다. 전국적으로도 올해 6, 7월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각각 7.1일과 8.9일로 30년 평균 일수인 4.5일과 2.7일보다 훨씬 많은 발생 일수를 기록하였다. 특히 열대야의 경우 평균값에 비교해 세 배나 많이 발생하였고 일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날도 자주 관측되고 있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 여름 날씨의 특징은 폭염 일수보다 열대야 발생 일수의 폭발적(?)인 증가를 들 수 있다. 참고로 8월2일 새벽 강원 강릉의 기온이 31.4도 이상을 기록해 기상 관측을 전국으로 확대한 1973년 이후 가장 뜨거운 밤을 기록하였다.

예상욱 한양대 ERICA 교수·기후진단

열대야 발생 일수의 증가는 온열질환 환자의 급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및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며 방치 시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데 열사병과 열탈진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극한 기상 현상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폭염과 열대야 같은 고온 기상 현상인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열대야가 특히 취약 계층에 위협적인 이유는 야간에는 주간과 같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들(은행, 백화점, 상가, 주민센터, 지하철 등)을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열대야의 발생 일수가 기록적으로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우리나라 주변 대기의 수증기와 구름양의 증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폭염과 열대야를 일으키는 기상학적 원인은 서로 같지 않은데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태양 복사 에너지와 장파 복사 에너지의 기여도 차이에 있다. 참고로 태양, 대기 그리고 지면은 전자기파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는데 태양은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를 그리고 대기와 지면은 장파의 전자기파를 방출하고 있다. 주간에 지면 부근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는 폭염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인 반면에 열대야의 경우 대기에서 지면으로 방출하는 장파 복사 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지면에 도달하는 장파 복사 에너지의 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대기 중 수증기량인데 수증기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이기 때문이다. 대기 중 수증기의 증가는 주간에 태양 복사 에너지로 가열된 지면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장파 복사 에너지를 흡수하고 야간에 다시 지면으로 장파 복사 에너지를 방출하여 지면 부근의 온도를 높이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반구에서도 열대야 발생 일수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1990년대 후반 이후 급격한 발생 일수 증가 경향을 보였다. 북반구 열대야 발생 일수의 급격한 증가는 1990년대 후반의 전 지구 해수면 온도 변동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여름 우리나라 열대야 발생 일수의 급격한 증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향후 세밀한 분석과 진단이 필요하지만 동아시아 연근해 지역을 포함해서 열대 서태평양 및 북서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의 상승으로 인한 대기 중 수증기 증가가 큰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해수면 온도 증가로 인해 대기 중으로 공급된 수증기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열대야 발생 일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상청에서 최근 발표한 1개월 전망 결과를 보면 8월 중 하순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나 되어 앞으로 폭염과 열대야 발생 일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특히 취약 계층 보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예상욱 한양대 ERICA 교수·기후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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