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심 후보자는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검찰 구성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사 지휘 방침에 대해선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검찰이 직면한 총체적 난국을 감안하면 심 후보자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의 말대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철저한 수사로 검찰을 바로 세우길 바란다.
심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지내는 등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이 점을 들어 심 후보자가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대신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에 그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현재 검찰 앞에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난제가 가득하다. 김 여사 관련 수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가늠할 바로미터라고 하겠다. 이원석 현 총장 임기 만료 전에 김 여사 관련 수사가 끝나지 않는다면 심 후보자가 책임지고 이를 종결할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의 생명은 공정성과 독립성이란 점을 심 후보자는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 총장 시절 검찰은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검찰청사 밖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 때문에 불거진 특혜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창수 중앙지검장은 조사 방식을 이 총장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총장이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들 사이에 ‘검찰마저 친윤(친윤석열)과 비윤으로 갈라져 싸우느냐’는 탄식이 쏟아진 것은 당연하다. 검사들이 나라 걱정을 해야지 국민이 검찰을 걱정해서야 되겠는가. 심 후보자는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검찰이 당면한 과제는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뿐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국회 과반 다수당 지위를 악용해 담당 검사들을 탄핵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심 후보자는 거야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 먼저 검찰 조직부터 추슬러야 한다. 이를 토대로 행정 권력이든 입법 권력이든 그 어떤 부당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검찰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겠다는 각오를 확고히 다질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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