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급을 프로젝트 매니저로 기용하고
고참들에겐 신입직원 노하우 전수 맡겨
철도는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
2024년 580㎞ 개통 … 총연장 10% 넘게 증가
인도 컨설팅 수주 등 해외 진출도 활발
대한민국 철도 역사에서 올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해다. 1894년 공무아문(현재의 국토교통부 기능을 했던 중앙관청)이 철도국을 만든 지 130년이 지났고, 고속철도(KTX) 개통 20주년과 첫 지하철인 1호선 개통 50주년을 맞았다. 올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등이 줄줄이 개통하며 철도 총연장도 크게 늘어나 5000㎞에 육박하게 된다.
국가 철도망을 구축하고 철도시설·자산을 관리하는 국가철도공단의 역할도 막중하다.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올해 2월 취임 직후 철도를 적기에 개통하기 위해 현장을 중심에 둔 사업관리(PM·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조직으로 개편했다. 인터뷰를 위해 8일 찾은 서울 용산구 국가철도공단 수도권본부 이사장 집무실 회의 테이블에 놓인 지역본부가 위에, 본사가 아래에 배치된 조직표가 그 상징이었다.
이 이사장은 “우리는 모든 역량을 현장에 집중한다는 상징 언어를 담고 있다”며 “프로젝트 매니저(단장)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하며 유기적으로 일을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철도 서비스를 개선하려고 조직개편을 했는데.
“철도가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이 됐다. 고속철도가 생기기 전에는 어느 시기에 고속도로를 편하게 들어가는 시기를 선정하느냐, 이런 것들이 큰 관심이었다면 지금은 열차표 구하는 게 가장 큰 관심사일 정도다. 하지만 준공시한을 자주 넘기며 국민들이 원하는 철도의 적정한 서비스 개시라는 약속 준수가 쉽지 않았다. 공단의 기능이 과거에는 전부 분야별로 돼 있어 하나로 기능해야 할 일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현장으로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35명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지정해 이들이 모든 것을 진행하고 본부 조직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고참 직원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빨리 새로 들어온 신진 직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중간역할을 하는 차장급들을 프로젝트 매니저로 지정해 업무도 분담하게 했다.”
―GTX는 적기 준공에 문제가 없는지.
“인건비, 원자재가격 상승 같은 경우 우리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면서 전 세계 경기가 확장되다 보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본다. 철도 건설을 시작하면 10년 정도 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자재값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사실은 현장에서의 민원이라든가 유기적인 협조, 이런 것들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 공기 지연이 발생한다. 부문 간의 협조가 잘 안 이뤄져서 사업이 늦어지는 것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활성화해서 현장 중심의 경영을 해 잡아 나가겠다.”
―일반철도도 올해 10개 가까이 개통 예정이다.
“올해 안에 개통을 위해 직원들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올해 개통 사업의 총연장을 합하면 신선이 580㎞ 정도 된다. 현재 철도 총연장이 4340㎞인데 올해 여기에서 10%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도 상황을 맞춰 가지고 할 수 있도록 시험운전을 계속하고 있다. 다음달 초 서해선(홍성~송산) 복선전철, 10월 장항선(신창∼홍성) 전철화와 포승∼평택 연결선이 개통된다. 11월에는 중부내륙선(충주∼문경), 중앙선(안동∼영천)이 개통되고 12월에는 동해선(영덕∼삼척) 개통 계획을 갖고 있다.”
―철도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지자체에서 노선 구축에 관심이 많다.
“모든 국회의원의 1호 관심 사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지역민들도 그렇다. 그 지역에 철도가 들어오면 당장 집값이 들썩들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상반기에 지하철을 빼고 장거리 철도만 8500만명이 이용했고, 아마 더 폭증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철도가 편리한 이동수단인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굉장하다. 과거에 KTX 없을 때 부산역에 가면 조만간에 우범지대가 될 것 같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살아났다. 동대구역, 대전역 등도 KTX가 다니면서 일대가 천지개벽했다. 영국의 도시계획학자 피터 홀은 세계에서 국가 단위의 콤팩트시티를 실현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10만㎡의 면적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고속교통망인 철도가 있기 때문이다.”
―GTX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월29일 GTX-A 개통행사와 다음 날 영업 개시를 할 때 일본 언론에서 관심이 많았다. 일본에도 우리처럼 광역급행철도가 있지만 사실은 우리의 수도권 전철 급행열차처럼 주요 역만 정차하고 가는 열차 수준이고, 시속 60㎞밖에 안 된다. 우리는 대심도에서 시속 180㎞를 달리는, 어찌 보면 가장 빠른 도시 내 통근 급행열차라고 볼 수 있다. 동탄~수서까지 20분이 걸린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삼성역을 개통해서 GTX-A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 2028년 삼성역 개통 전이라도 2026년 말부터는 무정차통과를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
―GTX-B·C노선 착공은 차질없이 진행되나.
“대우건설이 조만간 B노선을 실착공할 계획이고 2030년 완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C노선은 태영건설이 잔류하기로 했고 추가로 진흥기업 들어오고 자금조달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2028년 개통에 지장 없으리라고 본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철도 지하화는 가능한가.
“가능하다고 본다. 철도 지하화가 혐오시설 땅속에 넣는 차원이 아니라 도시 공간구조의 재구조화다. 철도로 인해 양분된 도시공간을 정상화하려면 철도가 어디론가 가야 한다. 외국에서는 철도를 외곽으로 이사했더니 기존의 철도역 중심으로 형성된 생활권이나 상권이 와해되고 도심도 쇠퇴한다. 새로 이설한 철도 접근이 어려우니까 철도 수요도 위축된다. 철도의 도심 접근성이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 공간구조를 정상화할 수 있는 게 지하화다. 상부를 개발함으로써 그 이익으로 철도 지하화는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본다. 땅속이기 때문에 터널을 입체적으로 놓을 수가 있고, 지상에서 복잡한 공사를 하는 것보다 더 용이하게 할 수도 있다.”
―해외 수주 현황은 어떤가.
“올해만 해도 인도 철도 기지창 컨설팅 사업을 수주했고, 몽골 울란바토르 지하철 1호선 사업관리도 ‘코리안 원팀’으로 해서 사업을 수주했다. 폴란드에도 지금 고속철도 설계용역 우리 기업들이 하고 있다. 점차 우리 철도가 해외로 진출할 기회도 늘어가고 역량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 강국인 우리나라는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만든 독자적인 철도 신호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것을 통해 큰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이걸 활용해서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와 가치를 함께하는 국가들과 공유할 자세가 돼 있다는 전략으로 해외 수주를 하고 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잇는 180㎞ 고속철 사업을 진행하는 아랍에미리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채 해소 방안과 연계된 철도선로사용료 산정 문제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
“고속철도 노선별로 공단이 부담한 금액을 단시간 내에 회수하면 좋겠지만, 선로사용료를 급격히 올리면 결국 높은 이용료(기차요금)로 국민에게 부담이 가게 된다. 수십년에 걸쳐서 조금씩 갚아 나가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2004년 공단이 출범했을 때만 해도 선로사용료에 대한 정책 결정이 되지 않아 한동안 철로사용료를 못 받았고 계속 부채가 증가했다. 2017년 SR 운행이 개시된 뒤부터 선로사용료가 들어와서 차츰차츰 갚아가고 있다. 추세적으로 늘어가던 부채가 줄어가기 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프랑스 등 외국에서 하듯이 사용 빈도, 운행 횟수에 따라 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선로사용료를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있다.”
―철도의 미래와 이사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공단은 철도를 위한 인프라를 건설하고 유지·관리하는 공학적인 접근을 기본으로 하는 정체성을 가진 기업이다. 직원들에게 엔지니어링 인스파이어드 이노베이터(Engineering-inspired Innovator·엔지니어링에 기반한 혁신가)가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연구·개발(R&D)에 관심 갖고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우리 철도 산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우리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앞으로 하이퍼루프(진공 튜브 안에서 움직이는 초고속 열차) 같은 새로운 세대의 교통수단이 등장하리라고 본다. 철도 도보순찰 대신 로봇 개를 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지·관리를 과학화, 스마트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차세대 열차제어시스템(KTCS3)이 도입되면 지상 장치 없이 지능화된 열차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며 열차가 근접해서 운행이 가능하다. 세계 최초로 구현하면 철도 선진국의 경쟁력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실현해 가는 게 우리 조직에서 할 일이다.”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영국 리즈대 교통공학 석사 ●기술고시 27회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국토교통부 국토정보정책관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관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새만금개발청 차장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 ●국가철도공단 이사장(2024년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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