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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미래] 올림픽 금메달과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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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15 22:53:13 수정 : 2024-08-15 22: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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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업성취도 뛰어난 한국
이젠 엘리트 교육모델 강화해
의대로 편중된 우수한 재원들
다양한 분야의 인재로 키워야

“2040년 현재 대한민국은 총 7개의 노벨상을 배출한 국가가 되었다. 2020년대에 K팝을 필두로 대한민국의 드라마 영화 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듯이, 대한민국의 학계도 드디어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인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낙관적인 가상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많은 사람은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의 하나로 비판력과 창의력을 길러주지 못하는 교육을 든다. 최근에 발표된 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의 창의적 사고력 부분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OECD 국가 중에서 1위를 했다. 수학, 읽기, 과학 분야도 최고 수준이다. 노벨상 책임은 초중등교육보다는 질 낮은 고등교육에 있음을 깨닫고 필요한 보완책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올림픽 금메달 숫자와 노벨상 숫자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인재 육성 방법의 차원에서는 비교해 볼 만하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로 8위를 차지한 것은 유망주들을 어려서부터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6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엘리트 체육이라는 탄탄한 인프라 덕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는 국민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운동을 즐기는 생활체육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 교육은 모든 국민이 사회 각 분야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도록 성장시키는 공교육 보편화 모델을 먼저 선택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엘리트 교육 모델을 더욱 강화할 때가 되었다. 일반 공교육을 소홀히 하자는 것이 아니라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능력에 따라’ 그리고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다 조화롭게 추구하자는 것이다. 현행 영재교육 시스템과 최고의 과학자를 배출하기 위한 과학기술원 제도 등을 점검하여 현재의 국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향일 것이다.

최첨단 이론을 만들고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은 서양식으로 표현하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것이다. 동양식으로 표현하면 기존의 거대한 탑 위에 새로운 돌을 하나 올리는 것이다. 31개의 노벨경제학상을 배출한 미국 시카고학파는 거대한 탑의 한 예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러한 집단을 ‘제도화된 과학 자본’이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끌어주는 동료 학자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자 개인이 기존의 탑보다 더 높은 탑을 쌓기는 어렵다.

벌써 29개의 노벨상을 받은 일본은 19세기 말에 ‘번역국’을 두고 수만권의 책을 번역하여 일본인들이 근대 기술 문명과 순수학문을 자국어로 쉽게 배울 수 있게 했다. 이제는 일본의 연구물을 외국어로 번역해 세상에 알리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1980년대부터는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교토학파’가 등장하였다. 우리도 관심을 가질 만한 접근이다.

우리의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국내 기업들이 순수학문 토대 구축에 기여하도록 세제 혜택을 비롯한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이러한 지원을 받는 젊은 학자들이 출판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국내 학자들이 세계의 학자들과 소통하며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해주어야 한다.

최근 의대 열풍으로 뛰어난 미래 과학자들이 의대로 진학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아직 명성을 얻지 못한 젊은 과학자들도 연구를 지속하도록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줄 때, 그들을 존경하는 사회 풍토가 조성될 때 대한민국의 자연과학과 인문사회 분야는 세계 학문 발전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그때 얻어지는 부산물의 하나가 노벨상이다. 역사 속에는 꽃을 피웠다가 금방 쇠락한 국가가 많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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