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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돈줄’ 해저가스관 폭파사건…범인은 다른 데 있었다?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4-08-16 08:06:49 수정 : 2024-08-16 08: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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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관료 증언 통해 드러난 사건 전말
“美 경고에 작전중단 명령했지만 밀어붙여”

2년 전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해저가스관에서 연쇄 가스 누출이 일어났다. 당시 유럽 주요국과 러시아는 상대방을 의심하며 대립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꾸민 범인은 전혀 다른 데 있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2년 9월 발트해저에 일어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은 발레리 잘루즈니 당시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지휘로 민간 자금을 지원받아 수행한 작전의 결과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또 애초 계획을 승인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의 경고를 받고 작전중단을 명령했으나 잘루즈니가 강행했다고 전했다.

2022년 9월27일 덴마크 해역에서 해저가스관 노르트스트림 2에서 가스가 분출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이 매체는 이 작전에 참여했거나 내용을 직접 알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방·보안 고위관료들을 인용해 노르트스트림 폭발의 전말을 상세히 보도했다. 작전의 시작은 2022년 5월이었다. 우크라이나군 고위 장교와 사업가 몇몇이 모여 러시아의 침공을 버텨낸 전과를 자축하던 자리에서, 술기운과 애국심에 고무된 누군가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파괴공작을 제안했다.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송하는 약 1200㎞ 길이의 해저가스관이다. 본사는 스위스에 있지만 최대 주주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가 전쟁비용을 충당하는 주요 경로였다.

 

정통한 소식통 4명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계획을 보고받고 수일 안에 승인했다. 보안을 유지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모든 논의와 준비는 서류 없이 구두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 계획은 다음 달 네덜란드 정보당국을 통해 미국에 알려졌다. 네덜란드 군정보보안국(MIVD)이 첩보를 입수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공유했고, 미국 관리들은 이를 독일 측에 알렸다.

 

미국 당국자들은 CIA가 젤렌스키 대통령에 노르트스트림 폭파 작전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화를 잘 아는 우크라이나군 장교와 정부 당국자들, 서방 정보당국자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작전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잘루즈니는 이 명령을 무시하고 작전을 강행했다.

 

작전 지휘를 맡은 장군은 러시아를 상대로 위험한 비밀 임무를 펼친 경험이 있는 최고의 특수작전 장교들을 대상으로 작전 수행을 맡을 적임자를 물색했다. 또 현역 군인과 경험 많은 심해 잠수사 등 6명을 작은 요트에 태워 가스관에 접근시키기로 했다. 잠수사 중에는 민간인이 포함됐고 1명은 30대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잠수 능력도 있지만 작전 수행팀을 휴가를 즐기러 온 친구 일행처럼 보이게 하는 역할도 맡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왼쪽부터). 연합뉴스

이들은 2022년 9월 독일 발트해 항구도시 로스토크에서 ‘안드로메다’라는 이름의 약 15m 크기 레저용 보트를 빌려 잠수장비와 위성항법장치, 휴대용 음파 탐지기, 가스관 위치를 표시한 해저 지도 등을 가지고 출발했다. 잠수사들은 2명씩 짝을 지어 바다로 들어갔고, 타이머가 달린 기폭 제어장치에 연결된 HMX라는 강력한 폭발물을 설치했다.

 

이들이 다녀간 뒤, 2022년 9월 26일부터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해저에 설치된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4개 중 3개가 연이어 파손되면서 막대한 양의 가스가 누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스관 폭발이 일어나자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질책했지만, 잘루즈니는 방해공작팀이 현지에 파견된 이후 통신이 끊겨 작전중단 명령을 전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정통한 소식통 세 명이 전했다.

 

독일 당국은 2022년 11월 가스관 폭발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뒤 지난 6월 초 용의자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으로 의심되는 ‘볼로디미르 Z’의 체포영장을 발부해 추적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한 독일 고위 당국자는 WSJ에 “이 정도 규모의 공격은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을 발동시키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며 “그런데 이 중요한 인프라가 우리가 대량의 무기와 막대한 현금을 지원하는 국가에 의해 폭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노르트스트림 폭파는 자국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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