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여러 가지 매력을 가진 사람을 일컬어 ‘팔색조’라고 한다. 이 말은 여름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새, 팔색조(八色鳥)에서 유래했는데, 이름 그대로 여러 색의 깃털을 빗댄 표현이다. 검은색, 파란색, 녹색, 붉은색, 황백색 등 다양한 색의 깃털을 갖고 있으며, 특히 푸른색의 날개덮깃은 햇빛에 반사되면 매우 아름답다.
팔색조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겨울을 보내고 중국 남동부, 대만, 일본과 우리나라에 온다. 우리나라에는 5월에 도래해서 8월까지 번식한다. 몸길이는 암수 모두 18cm 정도로 주로 혼자 생활하며, 땅 위를 걸어 다니면서 지렁이와 곤충을 즐겨 먹는다. 수목이 울창한 산림에 서식하고, 둥지는 바위틈이나 나무줄기 사이에 타원형으로 만든다. 크림색 바탕에 엷은 자줏빛을 띤 갈색 얼룩무늬가 있는 알을 4~6개 낳는다.
예전에 한 음료 회사의 광고에 팔색조가 등장한 적이 있었는데, 울창한 숲에 사는 팔색조의 청명한 울음소리와 아름다운 이미지를 담았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팔색조는 삼림 벌채와 개발 등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취약종으로 분류된 국제적 보호종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과 천연기념물 204호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 지역에서 드물게 번식하지만, 중부 내륙에서는 매우 드물게 번식한다. 최근 중부 내륙에서 팔색조 관찰 소식이 늘었는데, 이것 역시 기후변화로 분포권이 확대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거진 삼림에서 다양한 색의 자취를 뽐내며 살아갈 줄 알았던 팔색조가 환경과 기후변화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지금도 경계심이 강하며 습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팔색조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환경부가 선정한 8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팔색조,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사람이란 ‘말’로만 남지 않고 우리와 계속 ‘존재’하기를 희망한다.
최유성 국가철새연구센터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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