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범행 고의, 비방 목적 인정…반성하고 유족에 사과 참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부장판사 이훈재 양지정 엄철)는 27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등 혐의로 기소된 정 실장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벌금 1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글을 통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고, 이는 허위사실 적시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피고인은 게시글의 진위 여부에 대한 근거 없이 글을 작성하는 등 적어도 미필적 고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공익을 위해 게시글을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도 있었다고 보인다"며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이 선고한 징역 6개월은 너무 무거워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글 게시 직후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자 자진 삭제하고 피해자들 측에 유감을 표하며 페이스북에 그와 같은 글의 취지를 게시한 점, 당심에 이르러 재차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관련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며 피해자 측에 진심으로 사과하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점, 나아가 최근 피해자 측에 의사와 일정 등을 타진한 후 피해자를 방문해 직접 사과하고 반성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양형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검사는 당심까지 벌금 500만 원 구형을 견지하고 있으나, 제반 사정을 비춰보면 이런 검사의 의견도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구형보다 높은 벌금 1200만 원을 선고했다.
정 실장은 이날 2심 선고 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유족에게 하실 말씀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 실장은 "권양숙 여사님과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들에게 송구스러운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한다"며 "노 전 대통령 유가족분들이 늘 건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한 후 자리를 떠났다.
정 실장은 2017년 9월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글을 올렸다.
노 전 대통령 유족들은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정 실장을 고소했고 검찰은 50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려달라며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심리가 더 필요하다며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1심은 "글 내용이 매우 악의적이거나 경솔하다"며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1심을 맡은 박병곤 판사가 고교·대학 재학 때는 물론 법관 임용 이후에도 여권을 비판하고 야권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는 등 판사 개인의 정치 성향이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해당 법관이 임용 후 SNS에 게시한 일부 글 중 정치적 견해로 인식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소속 법원장을 통해 엄중한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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