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헌법적 권한…국무회의 거쳐 선포
국회 과반 민주당이 요구 땐 계엄 해제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그간 일부 최고위원이 불 지펴온 ‘윤석열정부의 계엄령 준비 의혹’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일 “근거 없는 국기 문란”, “가짜뉴스 선동”, “계엄 괴담”이라고 반박하며 야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계엄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민국은 굴곡진 현대사에서 수차례 계엄이 발동되는 비극이 벌어졌지만 1981년 이후로는 선포된 적이 없다. 민주당의 주장과 법적 근거를 따져봤다.
◆민주당, ‘계엄 준비’ 근거로 “제보 있다”
민주당이 계엄 준비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한 건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달 중순부터였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입틀막’ 경호처장 김용현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했는데, 이 정권은 군을 동원해서 여러가지 비상사태를 할지 모른다”,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며 연일 계엄 준비 의혹을 쏟아냈다.
같은당 김민석 최고위원도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하고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이란 발언을 하는 흐름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는 박근혜정부 때 작성된 기무사의 계엄문건이다. 이 문건이 알려지면서 2018년 문재인정권은 합동수사단을 꾸려 대대적으로 조사를 벌였고 기무사 전 참모장 등 3명이 기소됐으나, 법원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시 사회 혼란 발생을 대비하기 위해 계엄령 절차를 검토한 통상적인 보고서였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해당 문건을 근거로 “박근혜정부의 계엄 준비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계엄설의 근거로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1981년 국회법 개정 이후 계엄 선포 無
계엄령 선포는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 맞다. 대통령은 국방부∙행안부 장관의 건의를 통해 국무회의 의결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국회에는 이후 통보되는 구조다.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행정∙사법권을 계엄사령관(현역 장성급 장교)이 행사하는 제도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군사법원이 재판을 주관한다.
대한민국 헌법 수립 후 1948년 10월 여수·순천 사건에 최초로 발동됐고 1980년 5월 신군부 계엄령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40년 이상 한 차례도 발동되지 않은 데는 1981년 국회법 개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대통령 의사에 따라 즉각 선포하지 못하도록 국무회의 심의 절차가 규정됐고, 국회에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을 해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탄핵소추 대상이 된다. 국회 과반을 차지한 22대 국회에서 민주당 허락 없이는 계엄 선포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에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정부가)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지만, 법적으로 ‘계엄 중 국회 해산 불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유지’가 보장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주장한 계엄 준비의) 근거를 제시해달라. 차차 알게 될 것이라는 건 너무 무책임한 얘기”라며 “그건 일종의 ‘내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애기랑 같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재원 최고위원은 “제가 보기엔 이 대표가 판결 선고 날짜가 가까워져 오니 눈에 헛것이 보이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재판 미루지 말고 빨리빨리 참석해서 판결이 선고되면 아마 증상이 완화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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