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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비싼 몸값 ‘소똥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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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05 23:11:53 수정 : 2024-09-05 23: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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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몸값이 한 마리에 100만원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던 곤충이 있었다. 소똥구리 복원을 위해 환경부가 구매 입찰 공고를 올렸는데 이게 포상금을 준다는 말로 와전돼서 전국에서 소똥구리를 보았다는 제보가 빗발쳤다. 실제 사람들이 찾은 곤충은 소똥구리와 비슷하게 생긴 다른 종이었다. 그중 보라금풍뎅이가 신고가 많았는데, 보라금풍뎅이는 소똥구리와 다르게 파란빛 광택이 난다. ‘진짜’ 소똥구리는 1.3㎝ 크기에 광택이 없는 검은색이다.

현미경을 통해 소똥구리를 살펴보면 앞발이 크게 확장된 것을 볼 수 있다. 소똥구리는 이런 앞발을 이용해 똥을 쉽게 파서 똥경단을 만들 수 있다. 이들이 똥을 굴릴 때는 머리를 땅 쪽으로 박고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길게 휜 뒷다리를 이용해 똥을 굴린다.

소똥구리는 소나 말의 똥을 굴려서 땅속에 저장하고 새끼를 키우는 특이한 생태 습성을 가졌다. 우리나라 소똥구리류 중에 똥을 굴리는 종류는 소똥구리, 왕소똥구리, 긴다리소똥구리 세 종류다. 예전에는 농촌에서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류를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목초지 감소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항생제가 들어간 배합사료를 사용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소똥구리는 1970년대 이후 국내에서 발견된 기록이 없고, 왕소똥구리나 긴다리소똥구리도 최근에는 발견 기록이 뜸한 상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있는 소똥구리도 1966년 이전에 남한과 북한에서 채집된 표본 17개뿐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 소똥구리는 국가생물적색목록에도 지역절멸종으로 명기되어 있다.

환경부는 사라진 소똥구리를 복원하기 위해 몽골에서 살아있는 개체를 들여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복원 기술이 개발되고 안정적인 서식 환경이 조성된다면, 똥을 굴리는 검은 빛깔의 귀여운 곤충 친구들이 돌아올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살아 움직이는 소똥구리를 꼭 보여주고 싶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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