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형수 관리·선내 질서 유지 등 맡아
1년 두 차례 휴가 외에는 선박서 업무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완성차들을 운송했던 나라들 중에서 가끔 상륙을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중 반가운 차들이 보일 때면 제 소유의 차가 아니어도 괜히 한 번 더 눈길이 갑니다.”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에서 일하는 김효주(36·사진) 일등항해사는 10일 이같이 밝혔다.
1년에 두 차례 정도의 휴가 외에는 거의 배에서 일하는 업무의 특성상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됐다.
김 일등항해사는 “현대글로비스에 몸담으며 운송한 완성차들이 전 세계로 진출하는 것에 그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 세계 해상을 통해 곳곳에 자동차를 실어나르며 차곡차곡 쌓아온 현대글로비스의 해운시장 경쟁력에는 김 일등항해사와 같은 현장 직원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김 일등항해사는 “2020년 여름 일항사(일등항해사)로 진급하기 전, 현대글로비스가 폴크스바겐 그룹이 유럽에서 생산하는 완성차를 중국으로 운송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며 “그 당시 기사들을 읽으며 매우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일반 대학교에서 무난한 대학생활을 하던 그는 졸업할 무렵 유럽 자유여행을 다녀오며 자신의 한계를 깨기 위해 항해사에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자동차운반선 일등항해사로서 항해 당직을 기본으로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입출항 시 선수에서 지휘, 투양묘 작업(선박이 정박하기 위해 닻을 내리고 올리는 작업) 지휘, 화물 관리, 선박 감항성, 평형수 관리, 선내 질서 유지, 갑판 정비, 폐기물 관리 등이다.
국제해사기구(IMO) 등의 국제기구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에서 항해사를 포함해 선박을 운영, 관리하는 여성 해기사의 비율은 1.2% 수준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93%는 여객선, 크루즈선 등에 몰려 있고 화물선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7%에 불과하다. 현대글로비스에서는 여성 해기사 인원이 전체 약 500명 중 18명으로, 3.6%의 비교적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김 일등항해사는 “보통 여성 항해사들을 조금 더 꼼꼼하고 섬세하다고 봐주시는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있는 것이고, 더 잘하는 남성 항해사도 있다”며 “여성 해기사로 혼자 승선을 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개인적인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에는 약간의 제약은 어느 정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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