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토스카’ 파행 게오르규 “앙코르 합의 깨 모욕” 주장에 ‘진실 게임’ 양상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4-09-12 12:43:25 수정 : 2024-09-12 12:43:2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게오르규, 소속사 통해 ‘내 잘못 아니다’는 입장 내…“합의 깨져 개인적 모욕 느껴” 주장
세종문화회관 측 “계약서에도 그런 내용 없고, 게오르규의 일방적 주장”…제작진도 “합의는 금시초문”
“설령 게오르규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공연 종료 후 따지지 않고 공연 중 난입해 무대 망친 건 잘못”이란 목소리 많아

오페라 ‘토스카’ 내한 공연 중 무대에 난입하고 공연 후 무대 인사(커튼콜)도 제대로 안 하고 가버린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가 즉흥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한 사전 협의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공연을 주최한 세종문화회관과 산하 서울시오페라단은 계약 조건에 앙코르에 관한 내용이 없고, 제작진 주요 관계자도 게오르규가 주장한 ‘앙코르 불가 합의’는 금시초문이란 입장이다. 게오르규의 반박에 이번 오페라 공연 중 앙코르를 둘러싼 논란이 진실 게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다만 게오르규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공연 종료 후 협의 위반 부분을 따져야지 공연 중 무대에 난입해 동료 가수의 노래와 관객의 감상을 방해해선 안 됐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토스카’ 마지막 공연이 열린 지난 8일 공연 종료 후 커튼콜에서 주인공 토스카 역의 안젤라 게오르규 없이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게오르규 소속사 인터뮤지카는 11일(현지시각) 오페라 전문 매체 ‘오페라 와이어’를 통해 성명을 내고 “게오르규는 지난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휘자 및 ‘토스카’ 제작진과 공연 중 누구도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협의하고 확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게오르규는 극에서 벗어난 앙코르가 오페라의 서사 흐름을 방해한다고 굳게 믿는다”며 “이 같은 협의에도 2막 공연 당시 지휘자는 게오르규에게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앙코르를 제안했고 게오르규는 완전한 퍼포먼스(공연 완성도)를 위해 이를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감스럽게도 테너가 부른 3막의 아리아에서 이 뜻은 존중되지 않았다”며 “이 문제에 강한 신념을 가진 게오르규는 이를 개인적인 모욕으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마지막 날 공연 중 주인공 토스카를 맡은 게오르규는 3막에서 돌발 행동을 했다. 연인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 뒤 환호하는 관객 요청에 따라 지휘자 지중배의 배려로 앙코르를 할 때 돌연 무대에 난입해 손을 휘저으며 불만을 표시한 것. 앙코르가 끝난 뒤엔 지중배 지휘자에게 다가가 다음 연주를 멈추게 한 뒤 “이건 독주회가 아니라 오페라다. 나를 존중해달라”고 외쳤다. 화난 표정과 목소리가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순간 극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경험이 많은 가수들답게 게오르규와 김재형은 다음 장면을 이어갔고, 비극적 결말로 막이 끝날 때까지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하지만 게오르규 탓에 흐름이 끊겨 관객의 공연 몰입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어 모든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인사하러 나오는 커튼콜 때 다시 불미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출연자 중 맨 마지막에 나와 인사해야 할 게오르규가 바로 무대에 나오지 않았다. 김재형과 사무엘 윤(스카르피아 역) 등 주역을 비롯한 다른 출연진과 관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박수를 치며 기다렸다. 게오르규는 뒤늦게 나오던 중 몇몇 관객이 ‘우∼’하고 야유를 보내자 얼굴이 일그러지며 횡 돌아서 퇴장해 버렸다. ‘토스카’의 주역 토스카가 빠진 채 커튼콜을 하는 생경한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서울시오페라단의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토스카 역을 맡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연인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김재형과 열연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게오르규의 돌발 행동에 대부분 관객이 ‘어이 없다, 괘씸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비판 목소리를 냈고, 일부는 세종문화회관 측에 환불까지 요구했다.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오페라단은 게오르규 측에 항의하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게오르규는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과 함께 

 

“몇 년 동안 멋진 관계를 이어온 한국 관객에게 존경과 사랑을 표명한다”고 했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 측은 아직까진 게오르규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란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출연 계약서에 앙코르와 관련한 내용도 없고, 게오르규가 주장하듯 ‘누구도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협의했다’고 누군가 협의한 적 있는지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등 주요 제작진도 게오르규의 주장은 금시초문이란 입장이다. 이와 관련, 지중배 지휘자가 게오르규에게 토스카의 아리아 앙코르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건 맞지만 게오르규를 비롯해 다른 주역 성악가 모두 앙코르 요청을 수락하면 안 된다고 합의한 적은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오페라 무대 경험이 적잖은 한 성악가는 “게오르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로선 오페라 흐름과 연기 호흡을 방해 받는다고 생각해 앙코르한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며 “설령 그렇더라도 공연은 차질없이 끝낸 후 합의 위반에 대해 따지는 게 성숙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자기들끼리 미리 합의했다고 해도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관객들은 노래에 감동해 앙코르 요청을 할 수도 있는 건데 게오르규가 앙코르 무대에 난입해 공연을 망친 건 잘못했다는 것이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빠져드는 눈빛'
  • 박보영 '빠져드는 눈빛'
  • 임지연 '러블리 미모'
  • 김민주 '청순미 폭발'
  • 김희애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