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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서 ‘삐삐’ 대량주문하자… 이스라엘 역이용한 듯

입력 : 2024-09-18 18:00:00 수정 : 2024-09-18 23: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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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도구된 무선호출기

휴대전화 대신 ‘삐삐’ 사용 조치에
모사드, 공급망 뚫고 폭발물 심은듯
대만 기업 “헝가리 업체 제조” 주장
해당 업체 ‘유령회사’ 가능성 높아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수천 대의 무선호출기(삐삐)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는 전례 없는 공격에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의 작전 수법도 주목받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도청과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선호출기 사용을 크게 늘려왔다. 조직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표적 공격에 활용하는 “휴대전화를 폐기해야 한다”고 조직원들에 지시했고, 보다 안전한 통신수단인 무선호출기 5000대를 대량 구매해 올해 초 레바논으로 반입, 조직원들에게 배포했다. 무선호출기는 휴대전화와 달리 GPS(위성항법장치)가 없어 위치추적이 불가능하고, 카메라와 마이크가 없어 도청도 어렵다.

테러에 사용된 ‘삐삐’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 등에게 지급된 뒤 17일(현지시간) 갑작스러운 폭발로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를 만든 호출기의 모습. 대만업체인 골드아폴로의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엑스 캡처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는 이를 역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호출기가 레바논에 도착하기 전 모사드가 공급망을 뚫고 침투해 호출기에 폭발물을 심었다는 것이다. 레바논의 한 고위 소식통은 모사드가 “생산 단계에서 무선호출기를 개조했다”며 “모사드는 장치 안에 암호를 수신할 수 있는, 폭발물이 부착된 보드를 삽입했다. 이는 탐지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스라엘 측이 어떻게 생산, 유통 과정 등 공급망에 침투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이날 폭발한 무선호출기의 상표권을 가진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 측은 이스라엘과의 연계설을 부인하며 헤즈볼라가 사용한 호출기는 자사가 제조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골드아폴로 측은 성명을 통해 해당 기기들이 대만이 아닌 사실상 위탁생산이 이뤄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기반을 둔 ‘BAC 컨설팅 KFT’라는 업체가 제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BAC 컨설팅 KFT’라는 회사의 정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부다페스트에 있는 회사 주소지를 직접 찾은 결과 건물 관계자가 “회사가 해당 주소에 등록이 돼 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회사 대표 역시 로이터의 이메일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모사드는 암살 등 작전 과정에서 전화기와 같은 통신수단을 적극 이용해왔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계열 과격단체가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살해하자 모사드는 이를 보복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주재했던 PLO 간부 마무드 함샤리의 자택 유선 전화기에 폭탄을 설치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수화기에 손을 댄 함샤리는 중상을 입었고, 한 달 만에 사망했다.

 

1996년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가 꾸민 하마스의 사제폭발물 기술자 야히아 아야시 암살에는 휴대전화가 사용됐다. 아야시는 이스라엘에 포섭된 팔레스타인인이 건넨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폭사했다.

 

통신수단이 직접 암살 기구로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작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도 있다. 2020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주도한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의 암살에 사용된 위성통신 이야기다. 당시 파크리자데는 부인과 함께 테헤란 동쪽 휴양지에서 경호팀의 보호 아래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무인 기관총 공격을 받고 숨졌는데, 픽업트럭 위에 설치된 기관총이 위성통신으로 원격 발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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