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촘촘한 공론화 필요"…국교위 "의견 수렴 충분히 거칠 것"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내년 3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각종 아이디어가 정제되지 않은 채 흘러나오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수능 이원화, 수능 논·서술형 도입, 9월 학기제 개편 등 최근 '논의 중'이라고 알려진 사항 하나하나가 교육 현장에 주는 영향이 상당한데도, 내부 위원의 '주장' 정도로만 내용이 알려지는 상황이다.
교육정책은 사회적 합의가 가장 중요한 만큼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백년지대계' 교육 청사진 놓고 새 나오는 '아이디어' 난무
지난 2022년 9월 출범한 국교위의 주요 소관 업무 중 하나는 중장기 교육제도와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교위는 내년 3월 2026∼2035년 유·초·중·고교, 대학 등 교육 현장에 적용할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발표하기로 하고, 현재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올해 중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9년과 그 이후의 대입 개편안이다.
현재까지 국교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입 개편안 등이 발표된 바는 없다.
그러나 수능 이원화,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내신 외부평가제 도입 등이 국교위 산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전문위)에서 논의됐다는 것이 지난 8월 '비공식적'으로 알려졌다.
수능 이원화는 현재 언어, 수학, 영어, 탐구 영역 등을 평가하는 수능을 둘로 쪼개 언어와 수학만 치르는 수능Ⅰ과 선택과목을 평가하는 수능Ⅱ로 나누는 방안이다.
수능Ⅰ과 수능Ⅱ에 모두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논·서술형 문항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고등학교 내신의 경우 내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를 고려해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국교위는 "수능시험 이원화와 서·논술형 평가 도입은 국가교육위원회에 보고된 바 없고, 전문위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전문위에서 논의 중인 내용이 중도에 유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수능을 연 2회, 나흘간 시행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으나, 국교위는 일부 위원의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의 논의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6일 중간보고를 받은 바 있지만, 이는 초안이 아니라 다양한 참고자료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학사제도 개편과 관련해선 현재 6·3·3년인 초·중·고 학제를 바꾸거나 학년의 시작을 3월이 아닌 9월로 옮기는 방안 등이 내부적으로 나왔다고 알려졌으나, 국교위 측은 보고되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현장 동요…"충분히 소통해야"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과 관련해 아직 초안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국교위는 "초안은 현재 국교위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연구와 특별위원회 논의, 국민참여위원회 논의, 앞으로 개최할 토론회 및 의견수렴 내용 등을 종합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교위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 2주년 성과보고 및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주요 방향'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연다.
다만 이 자리에서 대입과 학사제도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을 예정이다.
국교위 관계자는 "최종 발표 시점까지 6개월가량 남은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공론화하기는 이른 단계"라며 "어느 정도 일치된 안이 나오면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논의되는 안건 하나하나가 가지는 파급력이 매우 큰 만큼, 교육 현장에서는 지금처럼 비공식적으로 새어 나오는 '내부' 의견에도 동요하는 형국이다.
서울지역 한 고교 교사는 "합의는 아니라도, 공론화를 통해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며 "시간을 두고 확정보다는 공론화로 먼저 의제를 띄우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지역 고교 교사는 "대입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우리 사회에 영향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주현 중등교사노조위원장은 "이 모든 과정이 현장과 소통 없이 이뤄지는 점이 우려된다"며 "처음 취지가 좋더라도 입시 문제와 만나버리면 기형적으로 변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촘촘하게 공론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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