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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전향 장기수에게도 ‘통일’ 삭제한 ‘애국투사’로만 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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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03 16:16:29 수정 : 2024-10-03 16: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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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비전향 장기수의 호칭에서도 ‘통일’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00년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리재룡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생일상을 보냈다. 통신은 리재룡이 “나라를 위한 진정한 애국의 길, 보람찬 투쟁의 길에 나서 견결히 싸웠다”며 “당과 혁명에 대한 고결한 충정과 깨끗한 양심을 안고 혁명가의 절개를 끝까지 지켜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당이 리재룡을 “사회주의 혜택 속에 건강하여 애국투사로서의 삶을 빛내여가도록 보살펴주었으며 국가적인 중요 행사들에 대표로, 특별손님으로 불러주고 끝없는 영광을 거듭 안겨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노동신문에서 비전향 장기수를 ‘통일애국투사’로 부르던 것이 이번에는 ‘애국투사’로만 칭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통일의 흔적을 지우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더는 통일의 상대로 보지않겠다며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이후 북한 곳곳에서 통일 관련 표현들이 일제히 삭제됐다.

 

1944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난 리재룡은 1967년 조업에 나섰다가 풍랑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는 바람에 북측에 나포된 ‘용진호’ 선원으로, 남한으로 돌아간 동료선원들과 달리 북한에 잔류했다.

 

리재룡은 그로부터 3년 뒤인 1970년 공작원으로 남파됐으나, 19일 만에 붙잡혀 간첩 혐의로 30년을 복역했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그해 9월 북송된 그는 그해 말 결혼해 2002년 6월 딸을 얻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딸의 이름을 '축복'이라고 지어주기도 했다. 북한은 리재룡을 주인공으로 다룬 소설 '축복'을 출간하며 체제 선전에 활용해왔다.

 

비전향 장기수란 1945년 8월15일 광복 후 1999년까지 사회주의, 공산주의 계열의 사상을 포기하지 않고 사상전향제도에 따라 대한민국의 교도소에서 장기간 생활한 자생적 게릴라, 조선인민군 포로, 남파 간첩 등을 말한다. 이적행위자, 간첩 등으로 표기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이유로 7년 이상의 형을 살고 복역한 뒤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채 장기복역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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