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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도로·교량 한국기업 진출 발판… ‘원전 세일즈’도 시동

입력 : 2024-10-07 19:11:37 수정 : 2024-10-07 21: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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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필리핀 정상회담… 20억달러 ‘메가 인프라’ 협력

EDCF 차관 지원해 韓 수주 도와
바탄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협약
동남아 원전 수주 교두보 기대감
尹 “원전르네상스시대 함께 준비”

中 겨냥 “남중국해 행동 우려 공유”
핵심광물·농업 협력 강화도 한뜻

정부는 필리핀과 2조원대 ‘메가 인프라’ 경제협력을 계기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대한 ‘경제 교두보’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필리핀은 인구 1억1290만명(2023년 추정치)의 동남아 거대 소비 시장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6%를 기록하는 등 역내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악수하는 尹·마르코스 대통령 필리핀을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오른쪽)과의 확대회담에서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닐라=남정탁 기자

◆‘메가 인프라’ 사업… 韓 진출 교두보

 

윤석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협력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언론 발표에서 “필리핀이 추진 중인 여러 인프라 사업에 세계적인 경험과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한 대규모 인프라 개발 협력이다.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건설사업 총 37.5㎞ 구간 중 첫 번째 구간인 7.9㎞ 건설에 9억500만달러(약 1조2193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필리핀 중부에 위치한 세 개의 섬인 ‘파나이, 기마라스, 네그로스섬’을 연결하는 PGN 교량 사업도 첫 번째 교량 13㎞ 건설에 10억달러(1조3474억원)를 지원한다. 한국 수출입은행과 필리핀 재무부는 필리핀 북쪽 사마르 해안도로 2차 사업에 대한 EDCF 차관계약(1억1000만달러·약 1482억원)도 체결했다.

 

정부는 원전 추가 수주 기대감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한국과 필리핀이 함께 준비해나가고자 한다”며 “필리핀에서도 ‘팀 코리아(Team Korea)’가 최고의 원전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탄 원전(621㎿)은 우리나라 고리 2호기와 동일한 노형이며, 한수원은 고리 2호기를 40여년간 운영해 온 경험을 갖고 있어 바탄 원전의 타당성 조사를 가장 잘 수행할 역량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바탄 원전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여파로 10년간 진행해온 건설이 마지막 단계에서 중단돼 현재 재가동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타당성 조사는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농업 분야 협력도 강화된다. 한국농기계협동조합이 필리핀 농림부와 한국 농기계 생산단지 건설 MOU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양국은 디지털 전환, 광물·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는 풍산 회장인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라몬 앙 산미구엘 회장 등 양국 기업인, 정부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남중국해’ 관련 중국 우려도

 

양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에서 “양국은 규범 기반 국제 질서에 부합하지 않으며 평화와 번영을 저해하는 남중국해상에서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며 “매립 지역의 군사화, 해양경비선과 해상 민병대 선박의 위험한 활용 그리고 강압적인 활동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빈 오찬에서 양국 배우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오찬에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필리핀 정부는 공동연합훈련에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희망한다”며 “역내 평화와 해양 질서 확보를 위해 충분히 명분 있는 훈련이라 거기에 대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충돌이 발생했을 때 일관된 원칙에 따라서 우리의 입장을 발표해 왔다”며 “금년에 여러 필리핀 역내에서 훈련이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 중국이 크게 반응을 보인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양국 해경은 해상활동 정보를 공유하고, 수색·구조 및 오염방제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무기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인 필리핀 정부와 방산 협력도 이어갈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필리핀이 2013년부터 3단계에 걸친 5개년 군 현대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2단계까지 우리가 필리핀에 방산 수출 성과를 이룬 게 FA-50 경전투기, 호위함, 해성 미사일, 초계함, 원양 경비함, 이렇게 성과가 다양하다”고 언급했다.


마닐라=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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