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도 나는 한국 영화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 삭감이 한국 영화계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나의 비판이 그것으로 끝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암담한 소식들에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불행히도 이번 칼럼에서도 이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2008년에 시작된 제도권 교육기관 내 예술과 공교육을 연계한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인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이 사업은 읍면 지역, 특히 면 지역 학교에 다니는 초, 중, 고 학생에게 예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학교에 다양한 예술강사들이 직접 찾아오는 사업이다. 연극, 영화, 디자인, 국악, 무용, 만화·애니, 공예, 사진 등 일반 학교 정규 교과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다양한 예술 장르를 직접 배우고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예술문화 지원사업이다.
그런데 정부는 2024년에 이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50% 삭감한 데 이어, 2025년에는 72% 삭감하여 2년간 547억에서 80억으로 무려 86%나 삭감된다. 달리 말하면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을 통해 읍면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예술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문화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창작자들과 감상자들을 키워낼 최소한의 보루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회에 제출된 2025년 영화발전기금 예산안에서 올해 50주년을 맞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사)한국독립영화협회가 공동주최하는 독립영화 대표 축제로, 1975년 출품작 60여편에서 2024년 1704편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누적 상영작 2700편 속엔 한국영화의 과거와 미래가 오롯이 집약되어 있다.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주역부터 1000만 관객을 이끈 영화인까지, 국내외 영화예술의 지평을 넓힌 무수한 감독, 배우, 스태프 등의 창작자가 서울독립영화제를 거쳐 갔다.
50주년 기념행사는커녕 이런 영화제를 없애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대체 무엇이라는 말인가?
학교 예술 교육에서부터 영화 창작자들의 등용문인 서울독립영화제까지 예술문화 관련 지원정책들을 하나하나 없애면서 대체 정부가 우리나라 문화에 원하는 미래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가. K컬처를 지탱하는 근본들이 하나둘씩 흔들리며 사라지고 있다. K컬처의 미래가 정말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 따져 묻고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우리 문화의 앞날은 말 그대로 없을 것이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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