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서 관련사진 40분 뒤 전달
다른사물로 해석한 수험생 속출
감독관, 항의에도 추가시간 안줘
해당전형 실기 80% 반영 합격 좌우
단국대서도 50분 늦게 문제 고지
연세대 이어 시험 논란 확산될 듯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시험 문제가 시험 시작 전에 온라인에 유출된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한성대에서도 수시 실기시험 문제를 배부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국대에서도 수시 실기시험 문제가 뒤늦게 배부되는 등 대학 수시모집 시험 도중 발생한 잇따른 오류에 수험생들 사이에서 공정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4일 한성대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성북구 한성대 탐구관에서 치러진 ICT디자인학부 기초디자인 수시 실기시험 중 한 고사실에서 문제 관련 자료가 시험 시작 40분 뒤에야 수험생들에게 전달됐다. 실기시험은 ‘카드, 고무줄, 실뭉치’라는 소재 3개의 조형적 특징을 모두 활용해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었다.
수험생들은 제시어와 함께 관련 사진을 보고 시험을 치렀는데, 한 고사실에서 ‘카드’ 제시어 사진이 뒤늦게 수험생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는 신용카드를 의미한 것이었고, 다른 카드를 생각하고 시험을 본 수험생들은 종이를 바꿔 그림을 다시 그리는 등 혼란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사장에 있던 수험생들이 이에 대해 항의했지만 추가 시간을 주는 등의 별도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수험생들 민원을 받은 한성대 측은 이날 대학입학공정관리위원회를 열고 ‘해당 고사실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들은 제시어 사진을 늦게 받았다’는 내용을 평가위원들에게 알리고 평가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재시험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성대 ICT디자인학부는 정원 64명을 모두 실기우수자전형으로 뽑는데, 실기시험 80%, 학생부 교과 성적이 20% 반영돼 실기시험이 합격 여부에 큰 영향을 준다. 한성대 관계자는 “관련 교직원에 대한 조치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논술시험 문제 ‘조기 배부’ 논란이 불거진 연세대는 온라인 유출 사실을 부인했으나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은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논술시험지와 답안지 위에 수험표를 놓고 찍은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에 나온 촬영 시간은 논술시험 시작 1시간 전인 12시59분으로 표시됐는데, 게시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데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수험생들은 시험 전에 수거됐어야 할 휴대전화 사용을 학교 측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고사실에선 좌석 간 간격이 넓지 않아 주변 학생들 답안이 보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학 입학처는 전날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대학 측에는 수백건의 항의 전화·메일 등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국대에서도 12일 치러진 음악학부 작곡전공 수시모집 화성학 실기시험 과정에서 문제 1개가 시험 시작 50분 후 배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측은 시험이 진행된 고사장 2곳에서 동일하게 문제가 늦게 전달돼 재시험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도 연세대 사태를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안이 보도된 후 연세대와 소통했고, 대학 측으로부터 명확히 해결되지 않은 것은 향후 별도 위원회를 통해 조치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들었다”며 “논술고사는 대학의 장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시험이라 교육부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지만 사안이 중요해 교육부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각 대학이 전형 운영을 공정하게 해 나가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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