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마세라티 뺑소니범',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까지…경찰, 수사 확대

대포차 의심 차량 10대 소유 법인 대표도 입건

음주운전 상태로 마세라티를 몰다 뺑소니 사고를 내고 도주한 운전자 30대 남성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4일 광주 서구 광주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뉴시스

마세라티 뺑소니 사건으로 구속 송치된 30대 운전자가 불법 사이버도박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8일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마세라티 운전자 김모(32)씨에 대한 여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이버도박 범죄 정황을 일부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정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점조직 형태로 역할을 나눠 움직이는 사이버도박 범죄의 특성상 김씨가 자금세탁 또는 대포통장 모집 등과 같은 특정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김씨가 장기간 태국에 머물거나 주변국을 여러 차례 오고 간 행적도 사이버도박 범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9개월간 태국에 머물고 있던 김씨는 사고 발생 3일 전인 지난달 19일 한국으로 입국했다가 뺑소니 사고 직후 해외 도피를 시도했다.

경찰은 김씨의 도주를 도왔다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 주변인들도 사이버도박 사업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씨가 운전한 마세라티 차량이 특정 법인 소유의 대포 차량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해당 법인 명의로 된 차량 10여 대도 대포 차량으로 추가 확인했다.

경찰은 법인 대표 등 4명을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대포 차량을 만들어내기 위해 실체 없는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은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마세라티 뺑소니 사건 관련자들과의 관계도 파악할 방침이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3시 11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마세라티를 운전하던 중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이 사고로 2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고 여자친구가 숨졌다.

김씨는 사고직후 고교 동창 등 지인 A씨의 도움을 받아 대전으로 향했고, 서울에서는 B씨로부터 대포폰을 받아 도피 생활을 했다. 하지만 경찰 추적 67시간여 만인 지난달 26일 밤 9시50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유흥가 앞 노상에서 김씨 등을 체포했다. 

경찰은 김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구속 송치, A·B씨 등은 범인도피 혐의로 각각 불구속, 구속 송치했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