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때문 주목… 경각심 제고·개선 공감
“이건 5년치 국정감사다. 5년 전 이 자리에서 텔레그램이 수사 협조가 안 된다고 한 경찰관들, 지금 자료로 아무것도 못 하니 피해자에게 직접 초동수사 하라고 한 경찰관들에 질의했으면 피해자들의 원통함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추적단불꽃 원은지 대표)
지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참석한 원 대표가 디지털 범죄에 대응하는 경찰을 향해 한 말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묵묵히 원 대표의 말을 들었고, 원 대표는 “딱 하나만 부탁드린다. 민원창구에서 피해자에 대응하는 수사관의 전문성 그리고 진심 의지를 고취시켜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오랜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미진한 수사에 대한 우려가 국감장에서 강조됐다.
반환점을 돌고 있는 이번 국감을 두고 김건희·이재명 국감, 정쟁 국감,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처럼 국정감사를 했기 때문에 알려지거나 주목을 받는 등 모범 국감 사례도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지난 8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한 지적을 했다. 일회용컵 보증제는 판매자가 정부가 정한 보증금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판매하고 소비자는 일회용 컵을 반환할 때 지불한 보증금을 전액 다시 돌려받게 되는 제도다. 재사용과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이지만 환경부는 사회적 수용성 등을 이유로 연기하다가 지자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은 환경부 김완섭 장관에게 “지난해 283개까지 늘었던 참여 매장이 올해는 86개로 줄었다. 제주도에는 75개 매장이 참여했는데 지금은 한 군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장관은 “현행 제도가 소비자들이나 소상공인들께서 수행하기에 힘든 설계”라며 “조금 더 편리하고 수용성이 높은 방향으로 가면서 일회용컵 회수가 잘되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된다”고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불법 사무장 병·의원에 부당하게 지급된 수백억원대 요양 급여비 환수에 미진했다는 점도 국감을 통해 드러났다.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건보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최근 5년간 불법 개설 병원에 대한 결손 처분 현황을 보면 환수해야 할 돈이 550억원”이라며 “건보공단이 이를 환수하지 않고 손실 처분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466억원에 대한 징수권을 살릴 수 있다”는 건보공단의 뒤늦은 해명에 관해선 “지금까지 108곳에서 해당 금액을 징수할 수 있었는데 포기한 것인가”라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저희가 열심히 노력했지만 착오가 있던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의료기기 대여 요양비를 건보 가입자의 해외 체류 일수만큼 회수한 점 등도 지적됐고, 정 이사장은 “그렇게 안 되도록 하겠다”며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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